"그건 연구보고서가 아니에요. 연구라고 할 수 없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연구 기준에 전혀 부합되지 않죠. 그래서 저는 그냥 의정활동 보고서라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심사를 맡은 D 교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내용과 형식을 갖추지 않은 보고서에서 표절, 짜깁기, 베끼기,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성과 등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D 교수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국회 시스템의 문제를 들었다.
"학생회가 학생을 위해 존재하듯, 국회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사무처에서 국회의원을 바로잡거나 견제하는 역할을 안 해요. 아주 본질적인 문제죠. 국회가 적당히 (국회의원을) 편하게 해주면서 자기 조직을 존재하고 있게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D 교수는 국회의원 연구활동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으면 국회의원이 잘 못한 것을 지적을 해줘야 되는데 그런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았다.
"위원들에게 심사를 맡긴다고 해서 그 조직의 책임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평가는 우리가 하지만 왜 그런 평가를 하는지 의미를 생각해야죠. '평가는 외부에 맡겨 책임을 피하고 내용은 가지고 가려는, 결국은 자기 조직보호' 이런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죠"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담당하는 부서에 문의한 결과 해당 부서에서는 국회의원 연구단체를 평가하거나 지적을 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식에 맞춰 보고서가 들어오면 예산을 집행할 뿐 문제가 된 단체에 연구비를 회수하거나 패널티를 주진 않는다고 했다.
국회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국회의원들은 국회사무처를 단순히 지원하는 조직이라 생각하고 막 대하는 경우도 있어요. 국회의원실을 관리하고 쳐내는 역할이 필요한데 저희도 국정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이다보니 쉽지 않습니다. 법안 조사관 같은 곳은 전문성이 높아 견제가 되지만 예산과 관련된 곳은 그러기가 더 어렵습니다"
관계자는 현재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관계 문제를 시인했다. 그러면서 국회 사무처가 단순히 국회의원을 서포트하는 조직이 아니라 견제와 관리를 해야 되는 것에 공감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행정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기관으로 국회의원이 원활하게 입법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행정적인 성격이 강하다. 또한 국회의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예산 문제를 지적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에도 영국의 의회윤리청(IPSA : 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처럼 국회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독립된 기구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지금의 구조 속에서는 국회사무처가 국회를 견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지난 2009년 하원의원들의 공금 유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원을 감시할 수 있는 독립기구인 IPSA를 설립하고 경비 지출과 관련된 사안을 감시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9월부터 국회의장 직속 '국회혁신자문위원회'(위원장 심지연)를 출범해 3개월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혁신위는 지난 11월 국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책개발비 예산 집행과정에서 표절, 부정해외 문제 등을 지적했다. 자문위원회는 국회의원의 정책개발비 비용을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예산 절감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국회가 보유한 정보의 공개에 관한 혁신적인 개선 방안을 만들어 내년 상반기에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2기 혁신자문위원회와 함께 임기를 3개월 더 연장해 국회 혁신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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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