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9월 14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연락사무소를 통해 모두 285번의 회담·협의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남북 연락사무소장 사이의 소장회의는 모두 10차례 열렸다. 우리측은 소장 통일부 천해성 차관이 참석했고, 북측은 전종수 소장(조평통 부위원장)과 황충성 조평통 부장(부소장)이 번갈아 참석했다.
또 산림·체육·보건의료·통신·도로 등 각 분야의 남북 당국간 실무회의도 5차례 개최됐다. 이외에도 부소장 회의가 수시로 열렸고, 연락 대표간 정례회의는 매일 오전과 오후에 진행됐다.
수치상으로는 하루 평균 2.9회의 대면접촉이 진행됐고, 모두 173건의 통지문이 교환됐다.
통일부는 "특정 인원·직급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수준에서 대북 연락·협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측 인원은 30명이 개성과 서울을 오가며 일하고 있고, 북측도 20여명이 개성과 평양을 오가면서 근무하고 있다.
또 업무 편의를 위해 KT나 한국전력 등 20여명이 상주하고 있고,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의 구급차 1대와 간호인력 2명이 상주해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북측 인원들에도 개방돼 함께 이용하고 있다.
남북은 월 1회 시설별 소방훈련도 진행한다. 지난 13일에도 연락사무소 청사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소방서에는 30여명의 북측 인원이 배치돼 있는 상태다.
20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김창수 부소장은 기자들과 만나 남북이 한 지붕 밑에서 소통하며 생겼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남북 연락사무소 차원에서 미국에 가 공공외교 차원으로 미국 전문가를 만나보자고 제안한적이 있다"며 "뜻밖에도 (북측이) 가자고 하더라.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으로 북미 고위급회담이 진척되면 남북 공동 대미 공공외교 추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매일 아침에 창문 너머로 북측 주민들이 영어공부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김 부소장은 "사무소 밖 주민들이 예전 시골에서 마을 방송하듯 영어 학습 방송을 튼다고 하더라"라며 "북한 사람들도 영어가 툭툭 튀어나오고 '오버한다'는 표현도 알고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북측도 미세먼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연락사무소 내에서 밖을 바라보면 창문 밖 개성 송악산이 뿌옇다고 한다.
김 부소장은 "북측에 찬바람이 불어와 미세먼지가 없어지는 것이 낫냐, 날은 포근한데 미세먼지가 많은게 좋냐고 물었는데, 미세먼지가 없는게 낫다고 하더라"라며 "노동신문에도 미세먼지에 대한 기사가 나올 정도로 북측도 신경쓰고 있었다. 에어 샤워를 (공동사무소 내에) 설치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말에 트리를 설치해 함께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김 부소장은 "우리는 트리에 평화번영, 통일의 문구를 넣으려 하고, 북한식으로 불장식(조명)을 가지고 한달정도 사무실 공간을 꾸며보는 여유를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현재 북측은 한달째 육류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풀만 먹고 있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중국의 돼지 열병, 일본의 콜레라, 남한의 조류 독감 등이 유행하자 방역에 민감한 북측이 반입을 차단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현재 공동연락사무소 내에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김 부소장은 "북측이 개설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 통신회담 진행 경과를 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하는 중이고 조만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공동사무소 내에 인터넷이 설치된다면, 북측에 상주하는 우리 국민이 상시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는 첫번째 사례다.
또 북한이 개성공단을 가동 중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시설이 불능화돼 공단을 가동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부소장은 "100일정도 운영을 해보니까, 상시 소통 채널로 안착되고 있다고 본다"며 "북측에서도 연락사무소의 안착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