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 측은 한 차례 처리 기간 연장을 통지하고, 한 달 뒤인 10월 15일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 국회의정관 1층 사무실에 도착한 취재진은 두 번 놀랐다.
모두 133건에 이르는 연구활동 자료가 파일이 아닌 서면 형태로 돼 있던 사실에 놀랐고, 정보 공개가 다름 아닌 '열람'이라는 데 다시 놀랐다.
해당 업무 담당자는 "예전부터 문서로 원본을 제출받아 왔기 때문에 전자문서로 바꾸는 등의 전산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책상위에 '올려져' 있던 자료를 '열람'하려던 취재진은 열람만으로는 자료 분석이 곤란하다고 판단해 국회사무처에 다시 자료를 전체를 복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복사하는데 다시 열흘 안팎의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해서 최초 정보공개에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뒤, 그 것도 복사비 54만원 가량을 지불한 뒤에야 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본격적인 자료 검토에 들어가면서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보고서 전체가 누락돼 있거나 일부 페이지가 빠져 있는 자료도 있었고, 아예 2016, 2017년치가 아닌 엉뚱한 자료도 있었다.
한마디로 자료 관리가 부실했다.
69개 단체가 제출했다는 1만 장이 넘는 서류를 일일이 복사하다 보니 서류도 엉켜 있었다.
자료 재분류 과정을 거쳐 정밀 검증에 들어갔다.
검증의 한 포인트는 표절이었다.
표절 검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문서를 전자파일로 변환할 수 밖에 없었다.
복사된 자료를 일일이 복합기에 스캔했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만약에 연구단체들이 전자문서로 제출했다면 이런 막노동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디지털 혁명의 시대 출력된 문서 제출을 고집하고 있는 건 결국 검증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밖엔 볼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설사 연구단체들이 인쇄된 문서를 제출했다고 해도, 국회 사무처에서 마음만 먹으면 취재진이 했던 것 처럼 하루면 문서의 디지털화와 검증을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소를 금치 못할 대목은 바로 우수단체 연구활동 정책보고서의 경우는 이미 전자파일로 제출 받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모든 자료를 전자문서로 제출 받을 수 있는데도 고의로 회피해왔던 것이다.
자료를 디지털 문서로 변환하자 표절이나 짜깁기 찾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논문 표절 검사 사이트에서 자료를 업로드하고 검사를 실행하면 해당 문서의 표절 여부가 곧바로 나오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을 국회사무처에 문의한 결과 "관행적으로 서면으로 받은 것 같은데 문제를 인식해서 2018년부터는 전산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사무처가 인력과 예산을 조금만 투입하면 표절 같은 부분을 어느 정도 걸러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지적 안 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죄송하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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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