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출구 열리자 '선거제 개편' 문도 열렸지만, 결과는 '글쎄...'

[안성용의 정보방] 한국당 연동형 가능성 열어 놓으면서 야3당 대표 단식 중단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 합의하면 지지하겠다' 지지
선거구제 각론으로 들어가면 쟁점 다양해 쉽지 않아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도 논의하기로 해 험로 예상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이동직 기자 (임미현 앵커 대체)
■ 코너 : 안성용 기자의 <정보방 -정치를 보는 방법>

◇ 이동직> 안성용 기자의 정치를 보는 방법, 정보방 시간입니다. 오늘 어떤 소식 갖고 나오셨나요?

◈ 안성용> 손학규, 정동영, 이정미, 야3당 대표의 단식이 10일째인 지난 15일, 토요일에 끝났습니다. 야 3당이 요구했던 연동형비례 대표제에 대한 논의의 틀이 만들어지면서 단식이 끝난 것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야 3당 대표의 단식 이후 전개될 정국을 전망해보겠습니다.

◇ 이동직> 단식을 풀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야 3당이 요구하던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의 물꼬가 트여서 아니겠어요?

◈ 안성용> 야 3당 대표의 단식은 새로 원내사령탑에 오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한테도 첫 시험대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일단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등의 6개항에 합의했습니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도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큰 틀에서 여야가 합의를 해주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나 문희상 국회의장이나,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야 3당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는 데 대한 부담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다보니까 단식을 중단할 출구를 열어 준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 이동직> 오늘부터 열리는 연말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진행될 텐 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안성용>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어제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심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은 선거제도 개혁의 '골든타임'이 아니라 '라스트 타임'이라면서 이번 달 안까지 정개특위 차원의 선거제도 개혁안을 만들고 남은 쟁점은 각 당 지도부와 정치협상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진통과 난항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것을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한다'가 아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한다고 구체적으로 합의한 합의문도 휴짓조각이 되어 버리는 정치권인데, 한국당이 '적극 검토한다'는 문구에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이동직> 결국 한국당이 결단에 달린 문제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 안성용>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도 후퇴 움직임을 보이다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키는 한국당이 갖고 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게 다당제를 염두에 둔 제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서 연동형을 권역별로 할지 전국 단위로 할지, 10% 범위 내에서 의원정수를 늘리기로 했지만 얼마나 늘릴지, 지역구 의원은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로 할 지 한국당 일각에서 나오는 것처럼 도시는 중대선거구로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할 지 등을 두고 각 당의 이해가 첨예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동직> 단식이 풀렸다고 해서 선거구제 협상의 전망이 밝지는 않다는 얘기군요?

◈ 안성용>정치는 협상의 예술이니까 포기하지 말고 머리를 맞대기는 해야 합니다만, 말씀하신대로 전망이 밝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자유한국당이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선거구제 논의에 사실상 연동시켰습니다. 원내대표 간 합의문에는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고 돼 있는데, 개헌이 시대적 과제이기는 하지만 당장의 선거제 개편 논의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 이동직>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요?

◈ 안성용> 선거제 개편 문제만 갖고도 정당별, 의원별 생각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개헌 논의의 핵심 문제까지 끼어들게 되면 더 복잡해지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된 개헌을 하려면 87년 체제를 완전히 바꾸는 온전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의원내각제로 해야 한다, 아니다 대통령제가 맞다 등의 논쟁이 불가피하고, 총리를 누가 선출할 것이냐 등을 놓고 복잡하게 논의가 전개될 수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CBS와의 통화에서 선거제 개혁과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간의 선후 관계에 대해선 "권력구조 개편을 한다는 전제 하에 선거제를 개편한다는 것"이라며 "하게 되면 두개를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양석 원내 수석부대표는 특히 "국민의 동의가 있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 선거제도이고 권력구조인지 당내 논의와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을 하겠다고 공약해서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한국당은 당내 여론을 수렴한다는 논리로 개헌정국을 피해갔는데, 자짓 잘못하다가는 논의는 무성했지만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이동직> 한국당의 정치 일정상 쉽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 안성용> 맞습니다. 야 3당 대표들이 단식을 풀던 날 한국당이 현역 의원 21명을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했습니다. 정기국회 뒤로 미뤄뒀던 인적쇄신과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당은 내년 2월에 전당대회를 치르는데 연말임시국회에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일부 법안들을 처리하면 새해부터는 전당대회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한국당의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습니다.

또 새로운 당대표가 선출되면 보수진영의 정계개편 논의가 시작돼서 더 관심에서 멀어지 수도 있습니다.

내년 1월안에 선거구제 논의에서 결실을 맺지 못하면 모처럼만에 온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모처럼 만들어진 기회이니만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일정한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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