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0분을 허둥대다 3분만 시간을 달라는 마지막 요청까지 묵살되면서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긴급현안질의에선 사고 당시 정황을 담은 교신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강릉발 KTX가 탈선한 건 8일 오전 7시 35분이지만 사고 30분전인 7시 7분부터 철도교통관제센터 관제사가 "큰일 났네 이거"라고 강릉역과 교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고가 난 청량신호소 21호 선로전환기의 이상을 이때부터 관제센터에서 이미 인지했다는 얘기다.
관제사는 5분뒤인 7시 12분엔 "수신호 취급할 준비를 하고 초기 대응 팀을 빨리 보내라"고 독촉한다.
다시 5분뒤엔 사고가 난 KTX 열차 운행에 지장이 없냐고 물었고, 강릉역 관제원은 "보낼 수 있다", "올라가는 데 이상 없다"고 답했다.
이어 사고 발생 1분전, 관제사는 다시 초기 대응팀이 도착했냐고 다급한 목소리로 재차 확인한다.
이에 강릉역 관제원은 "다 도착했다"고 답한 뒤 "신호부에서 3분만 시간을 내달라는데 어쩌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관제사는 "3분 안에 안 되면 바로 수신호를 내야 한다"고 대답했고, 1분뒤인 7시 35분 결국 탈선 사고로 이어졌다.
이 같은 녹취록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누군가가 열차를 중단시켰어야 하지만, 3분만 시간을 더 달라고 굉장히 급하게 하는데 판단을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관제사와의 통신내역도 조사대상에 들어가는데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이에따라 좀더 정밀한 사고경위 분석을 위해선 블랙박스 판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든 열차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있는 블랙박스가 강릉선 모든 열차엔 단 한 대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문제의 21호 선로전환기 옆 CCTV 역시 사고 전날 전원이 꺼지는 바람에 녹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마치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총체적 부실과 미비를 이번 KTX 사고가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