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내년 주식시장도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고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 10년 만에 '최소치'…장기 채권 금리 26개월 만에 '최저점'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1.0bp(1bp=0.01%포인트) 오른 1.993%를 기록했다.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차이는 0.159%포인트까지 좁아졌다. 1년 전 장단기 금리 차가 0.390%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이 줄었다. 2008년 10월 9일(0.140%) 이후 약 10년 2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주초 미중 무역분쟁 협상 기대로 채권금리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미국채 금리 하락과 장단기 금리차 축소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다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는 지난 4일(현지시각) 2년 국채 금리(2.7947%)가 5년 금리(2.7871%)를 상회하는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장기 채권 금리 하락=한국 경제 비관전 적망 '반영'된 결과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장기 채권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기준금리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단기 금리와 달리, 장기 금리는 향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 떨어진다.
통상 채권 투자자가 만기가 긴 채권을 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장기간 빌려준다는 의미로, 이러한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돼 장기 채권 가격은 단기물보다 낮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경기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단기물보다 장기물에 몰리면서 장기물 금리가 하락하고 단기물 금리는 상승하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장단기 금리 격차 축소나 역전을 '경기 침체의 전조'라고 본다.
◇전문가들 "韓 경제 경고등 켜져, 직시해야"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장단기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사람들이 장기물에 몰리는 베팅을 한다는 뜻"이라면서 "어떻게 보면 돈의 흐름이 정확하고 스마트하게 움직인다는 건데 주식보다도 채권이 먼저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채권 시장은 경기가 좋지 않고 금리가 하락하는 구간에서 돈을 버는 자산군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거라는 것에 대해 채권 트레이너들이나 매니저들이 훨씬 더 예민하게 포착한다"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현재 일부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어 있는 상태이고 우리도 계속 그 폭이 줄어드는 상황인데, 미국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에서도 미래 경기 전망을 좋지 않게 보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시장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장단기 금리 차이 축소가 가속화되고 역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하게 된다면 내년도 경제 전망은 더욱 우려스럽고 실질적으로 거시경제 지표들도 악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당연히 주식시장에도 당연히 안 좋은 표시로, 내년 주식시장도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상무는 "한국 경제가 안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좀 됐고, 이미 충분히 좋지 않다. 장단기 금리 차이 축소 등의 지표들을 시작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