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경찰과 관계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다소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8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안모(55)씨는 사건 이전에도 2차례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입건된 적이 있었다.
2015년 3월에는 딸을, 그리고 지난해 11월에는 아내를 때려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각각 피해자인 가족들이 처벌 의사를 철회하면서 안씨는 당시 사회봉사 수강 명령과 상담소 위탁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차례 모두 '상해'에 이를 정도로 심한 수준은 아니었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처벌할 수 없는 '폭행' 정도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에도 안씨가 가정폭력을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일정 기간 안씨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경찰 내부 지침에는 가정폭력 관련 혐의로 3년 사이 2차례 이상 입건되거나 1년 사이 2차례 이상 신고를 받고 출동할 경우 해당 피의자를 3개월 동안 관리하게 돼 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안씨는 애초 이 관리대상에 등록되지도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침이 2016년 11월에 만들어진 터라 2017년에 사건을 처리하면서 그걸 첫 번째 건으로 보고 이전 사건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 가정의 경우 신고 횟수도 많지 않아 따로 분류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올해만 약 20만4천건이 접수됐고 재범률은 9% 가까이 이르고 있다.
더구나 안씨가 관리대상에 포함됐더라도 이 규정은 이후 3개월 동안 추가 신고가 없으면 해제되기 때문에 비극을 막기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규정을 형식적으로 보면 너무 많은 가정이 해당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일부 경찰서에선 구청, 여성 단체와 함께 재발을 막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같은 범정부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가정폭력 사건이 잇달아 불거지고 그동안 경찰이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현장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정폭력 신고자 이력 관리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현장에서도 유형·단계별 처리지침 매뉴얼에 따라 사건을 다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