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정보국 두 차례 압수수색 놓고 검·경 묘한 '온도차'

검찰, 최근 10일 사이 경찰청 정보국 2차례 압수수색
검찰 "정보경찰 의혹 수사 연장선" vs. 경찰 "검찰의 수사권조정 길들이기"

(사진=자료사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불법 정치관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근 10일 사이 경찰청을 2차례 압수수색했다. 이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묘한 해석차를 드러내고 있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보2과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전방위적인 정치관여·불법사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연이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밝혔다. 순수하게 수사 필요성에 의한 강제수사였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앞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점을 발견하고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검찰이 10일 사이 두 차례나 경찰 본청을 압수수색한 상황을 두고 경찰들 사이에선 그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우선 이번 압수수색이 최근 국회에서도 논의 중인 검·경수사권 조정문제를 놓고 검찰이 경찰을 길들이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법농단 수사로 여론과 정부의 힘을 얻은 검찰이 수사권 조정문제를 두고 경찰을 길들이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검찰이 경찰 수십 명을 밖에 대기시켜 참고인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 망신주기가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

여기에 경찰청 기획정보파트인 정보2과를 연이어 압수수색한 만큼, 검찰이 확보한 방대한 경찰정보가 자칫 오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 정보2과는 경찰이 청와대로 보내는 보고서와, 본청에서 일선서로 하달한 정보가 모두 모이는 곳이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 역시 "한번 압수수색을 했는데 또 했다는 건 첫 번째 압수수색에서 이상한 게 나왔다는 것이다. 법원이 재차 영장을 발부했을 땐 뭔가 소명이 됐다는 얘기"라며 의심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월 진상조사단을 꾸려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등 130여건에 정보경찰의 정치관여와 불법사찰 의혹이 있다고 보고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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