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불수능 쇼크'와 깜깜이 입시가 사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의존도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메가스터디학원 입시설명회는 1만 6천석이 가득 찰 정도로 북적였다. 5천여명이 모였던 지난해에 비해 3배를 웃돌았다.
입장 전부터 수험생과 학부모들로 잠실 야구장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각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입시설명회에도 지난해 6천명보다 훨씬 많은 8천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부모들은 설명회를 유심히 지켜보며 점수별 지원 가능한 학과를 적어놓은 참고자료를 골똘히 살피거나 자료 영상을 휴대전화로 연신 찍어댔다.
학부모 임예진(47)씨는 "작년엔 원점수로 표준점수를 예측하고 지원학교를 결정했는데 올해엔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예측과 달라 혼자 준비할 수 없다"며 "전문가들이 예측해 주는 게 정시 지원에 있어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엄마들이 유독 올해 더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수험생 임예원(19)양은 "올해 불수능이라서 제가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같다"며 "작년이랑 비슷하게 갔다면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 될 텐데 아무래도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했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또 수능 제도와 입시 전형이 계속 바뀌면서 사교육 입시업체의 정교한 데이터 분석 없이는 대학 지원을 결정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하고 있다.
2016학년도 수능까지 A형(자연계)과 B형(인문사회계)으로 나뉘어 있던 국어영역이 지난해 다시 통합되고, 지난해부터는 영어 과목도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각 대학의 전형 방법이 크게 바뀌고 있는 상황.
공교육만으로는 매년 바뀌는 입시 전형에 뒤따라가기 어렵다는 호소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상남도 창원고 유찬우(18)군은 "사교육 쪽에서 정보를 잘 관리해 빠르게 주는 게 사실이니까 학생들 입장에선 불안한 심리에 다들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중앙대의 경우 소위 명문대가 몰린 나군으로 옮겨오면서 합격선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학교 측에서 인지하지 않고 가군에 있었던 지난해 자료로 상담을 하면 학생은 원서를 안 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박성희(49)씨는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유형을 파악하고 수능을 예측한 뒤 수시를 지원한 건데, 갑자기 수능에서 신유형을 내는 건 입시생들을 두고 실험하는 것 아니냐"며 "이걸 변별력이라고 하는 건 고생한 아이들에게 상처고 저희도 멘붕"이라고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정부는 참여 중심, 토론 중심의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고교교육을 개편했는데 수능은 여전히 문제풀이 위주이기 때문에 괴리가 있다"며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 간 괴리를 사교육 기관이 노리고 불안감 마케팅을 하면서 학부모와 학생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