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회학자 기든슨이 현대 기술문명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사용한 개념이다.
단적인 예로 의약품을 실고 거리를 질주하는 거대한 트레일러는 질병치료라는 이로움을 대규모로 제공하지만 통제력을 상실했을 경우 무자비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과학기술사회의 양면성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 아현동 지하 통신구 화재 사고로 통신대란을 겪은 지 열흘 만에 이번엔 지하온수관이 터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하 2.5미터에 묻힌 온수관이 터져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이 1시간이상 치솟았다.
이로 인해 차를 몰고 지나가건 주민 1명이 숨지고 수 십명이 화상을 입는 등 황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인근 지역 2800여가구에도 난방 공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강추위에 떨어야 했다.
사고가 난 온수관은 지난 1991년 신도시 조성 때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에 난방용 온수를 공급하려 지하에 매설한 것이다. 벌써 27년이나 지났다.
노후 배관이 직접적인 사고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고 지역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싱크홀이 발생했던 데다 그동안 실시한 점검도 육안에 그치는 등 형식적이었다고 한다.
결국 지역난방공사의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시설관리체계도 한몫한 셈이다.
전국에 매설된 온수관은 모두 2164km에 달한다. 이 가운데 32%가 2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다.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서울의 강남지역에 묻혀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온수관 파열사고 대부분이 일산과 분당에 집중된 이유이다.
뒷북이자 땜질 처방 이라 해도 정부는 서둘러 시설 점검에 나서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온수관만이 아니다. 한창 경제성장기에 건설된 주요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이 급속도로 노후화되고 있으니 더욱 걱정스럽다.
2023년엔 30년이상 된 사회간접 자본시설이 20%로 증가한다.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시설은 각종 재난 재해의 위험을 높이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아무리 풍요롭다 할지라도 자기 스스로 목숨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일상화된 위험이 노출된 사회라면 국가 존재 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든슨은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이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