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청와대 내부 비위의혹이 불거진 뒤 책임자 차원의 유감표명조차 없는 이번 대응이 얼만큼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야당의 반발도 거세 당분간 정국경색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 귀국 직후 '긴급 보고' 받은 문 대통령…지시는 "특감반 개선방안 마련"
5박8일 간의 해외순방을 마친 문 대통령은 전날 귀국하자마자 오후 늦게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 수석에게서 특감반 사건의 진행경과와 개선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봐 왔다는 메시지지만, 뒤따른 지시는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특감반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지시 대상은 조 수석이었다. '조 수석 유임'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 성격에 대해 국민들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 '관리 책임' 선 그은 靑…유감표명 없는 '개인일탈론'
문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 내용이 어떻게 보고됐는진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조 수석 유임 조치를 보면 '개인일탈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앞서 "제가 파악한 바로는 조 수석은 민정수석이지만 사안에 관해선 아무런 연계가 있거나 그렇지 않다"며 "이번 사안은 그 사람(비위 당사자)의 개인 품성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조차 지난달 '특감반 전원교체' 결정을 발표하면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된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김 모 씨 외에 다른 비위혐의자가 있음을 파악했다고 밝혔었다. 추가로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특감반원 다수는 물론, 부처 장관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여당은 개인일탈론을 펼치고, 문 대통령이 '감찰 결과가 나오면 국민들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감찰이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위자 숫자와 상관없이 민정수석실 산하 '부패 감시반'에서 불거진 공직기강 해이 논란임에도, 특감반원 교체 후 책임자 차원의 유감표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논란 이후 알려진 조 수석의 입장은 민주당 이석현 의원을 통해 알려진 "온갖 비난을 받아 안으며 하나하나 사태를 해결해 나가겠다", "실컷 두들겨 맞으며 일한 후 자유인이 되겠다"는 게 전부다. 이런 정면돌파 행보엔 한 번 밀리면 끝까지 밀린다는 식의 판단이 깔려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 與 "조국, 사법개혁·적폐청산 마지막 보루" VS 野 "명분과 당위성 잃은 수석"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특감반은 민정수석이 직접 운영은 안 하고, 그 밑에 비서관이 운영하는 것"이라며 "그걸 갖고 조 수석에게 물러나라는 건 야당이 조 수석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본다"고 문 대통령의 조치에 공감을 표했다.
아울러 "조 수석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사람이고, 적폐청산과 사법개혁의 튼튼한 마지막 보루"라며 "이런 조 수석을 겨냥한 야당의 사퇴 요구는 벌써 수차례 이뤄져 왔다"고 덧붙였다. 조 수석 사퇴요구를 반(反) 개혁세력의 정치공세로 규정한 셈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은 "조 수석 유임은 현 정권의 도덕률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내 편은 그 정도의 일을 해도 된다는 것"이라며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조 수석이 만약 예전의 교수였다면 이런 사안을 가만히 뒀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명분과 당위성인데, 이를 잃은 민정수석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과 야당의 비판은 안중에도 없는 문 정권의 인식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고,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청와대의 시각이 안이한 것 같다"고 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조치는) 청와대를 믿고 기다려온 국민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답변"이라며 "국민적 의혹을 분명하게 밝히고 책임지는 정부가 촛불이 바라는 정부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정국경색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뿐 아니라 범여권 정당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감지되는 가운데, 향후 조 수석이 추진할 개혁 조치들이 초당적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