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아이스케키 팔다 연매출 3조 기업 회장으로…개혁·개방의 홍색자본가들 ② 中 개혁·개방의 조력자, 외자기업의 명과 암 ③ "광저우·선전 부럽지 않다", 무섭게 성장하는 中 2선 도시 ④ 강주아오 대교가 품은 중국몽과 냉엄한 현실 |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서 광둥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성 안에 경제특별구역(경제특구)이 두 곳이나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1979년 개혁·개방 정책 초기 덩샤오핑은 광둥성의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산터우(汕頭)와 푸젠(福建)성의 샤먼(厦門) 등 4개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도시들은 외국의 자본이나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100% 외자 기업의 인허가가 허용되고 수출입 관세 면제, 기업이나 개인의 자유로운 국외송금, 소득세에 대한 3년 유예 등의 특혜들이 주어졌다. 이들 경제특구는 외국 자본과 기업들을 유치한 뒤 개혁·개방 초기의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체제를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개혁·개방 정책이 40년 동안 계속되면서 이제 광저우나 선전 같은 대도시를 넘어서 주변 2선 도시들의 발전 속도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국내총생산(GDP)와 인구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 중국내 성시를 1선, 2선, 3선 도시 등으로 분류한다. GDP 1조 위안 이상, 인구 1천만 명 이상 되는 1선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톈진 등 5곳인데 광둥성이 2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광저우, 선전이라는 1선 도시를 중심으로 배후 도시들 역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포산(佛山), 장먼(江門), 허산(鶴山) 등의 도시다.
◇ 중국 제조업 중심지 포산, 중국 전국 경쟁력 평가 11위
인구 766만명의 포산시는 한국인들에게 생소하지만 중국 제조업을 논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도시다. 2017년 GDP가 9550억 위안(한화 약 155조 원)으로 인구 1천만 명 이상인 도시를 뺀 중국 도시 가운데 16위를 차지한다. 한국의 최대 제조업 도시라 할 수 있는 울산광역시의 2016년도 GDP 약72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포산시의 인구가 울산광역시보다 7배 가량 많아 1인당 GDP에서는 아직 떨어지지만 도시 자체의 생산력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 포산 ICT 등 업종 다양화 모색, 허산·장먼 등에 파급효과
포산은 이제 '중국의 공장'이라는 제조업 중심 이미지에서 벗어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와 문화 방면으로 기업들의 업종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포산하이테크산업구에는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91곳이 투자하고 있고 입주 기업 가운데 상장기업만 76곳, 첨단혁신기업이 1,020곳에 달한다.
포산과 장먼·허산의 급속한 발전 사례는 40년 전 경제특구에서 시작됐던 개혁·개방의 파급효과가 이제 2선 도시를 넘어 3선 도시에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가 70년대 경제발전을 위해 일부 대기업들을 집중 육성하며 기대했던 '낙수효과' 같은 파급효과가 중국에서는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도시들 사이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포산은 통계 숫자에서 부족했을 뿐 도시 전체적인 분위기나 시설은 이미 중국의 1선 도시들에 견줘 손색이 없었다. 포산 주변의 장먼과 허산 등은 아직 개발의 여지가 많이 남았지만 기업들과 자본의 진출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는 조짐이 확연했다. 다만 지나치게 제조업·수출 주도형 업종 위주라는 점에서 최근 미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광둥성 내에서도 수출주도형 기업과 내수주도형 기업들의 희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전쟁 여파로 수출위주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광둥성 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