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선전 부럽지 않다", 무섭게 성장하는 中 2선 도시

[中 개혁·개방 40주년 특집-선봉 광둥성을 가다 ③]
'개혁·개방 주역' 경제특별구역 도시들 파급효과
주변 2선도시들 성장곡선도 가팔라져

중국이 본격적인 개혁·개방 노선을 내세우며 '죽의장막'을 벗어나 세계무대에 등장한지 올해로 40주년을 맞는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사망하고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잦아들자 등장한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3중 전회를 열고 개혁·개방 정책을 전면에 등장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 도약'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초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CBS노컷뉴스는 중국에서 첫 자유무역구가 설치된 뒤, 개혁·개방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광둥(廣東)성 경제현장을 찾아 개혁·개방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총 4차례에 걸쳐 짚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이스케키 팔다 연매출 3조 기업 회장으로…개혁·개방의 홍색자본가들
② 中 개혁·개방의 조력자, 외자기업의 명과 암
③ "광저우·선전 부럽지 않다", 무섭게 성장하는 中 2선 도시
④ 강주아오 대교가 품은 중국몽과 냉엄한 현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서 광둥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성 안에 경제특별구역(경제특구)이 두 곳이나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1979년 개혁·개방 정책 초기 덩샤오핑은 광둥성의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산터우(汕頭)와 푸젠(福建)성의 샤먼(厦門) 등 4개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도시들은 외국의 자본이나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100% 외자 기업의 인허가가 허용되고 수출입 관세 면제, 기업이나 개인의 자유로운 국외송금, 소득세에 대한 3년 유예 등의 특혜들이 주어졌다. 이들 경제특구는 외국 자본과 기업들을 유치한 뒤 개혁·개방 초기의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체제를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개혁·개방 정책이 40년 동안 계속되면서 이제 광저우나 선전 같은 대도시를 넘어서 주변 2선 도시들의 발전 속도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국내총생산(GDP)와 인구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 중국내 성시를 1선, 2선, 3선 도시 등으로 분류한다. GDP 1조 위안 이상, 인구 1천만 명 이상 되는 1선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톈진 등 5곳인데 광둥성이 2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광저우, 선전이라는 1선 도시를 중심으로 배후 도시들 역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포산(佛山), 장먼(江門), 허산(鶴山) 등의 도시다.

◇ 중국 제조업 중심지 포산, 중국 전국 경쟁력 평가 11위


인구 766만명의 포산시는 한국인들에게 생소하지만 중국 제조업을 논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도시다. 2017년 GDP가 9550억 위안(한화 약 155조 원)으로 인구 1천만 명 이상인 도시를 뺀 중국 도시 가운데 16위를 차지한다. 한국의 최대 제조업 도시라 할 수 있는 울산광역시의 2016년도 GDP 약72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포산시의 인구가 울산광역시보다 7배 가량 많아 1인당 GDP에서는 아직 떨어지지만 도시 자체의 생산력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그래픽=임금진 PD)
공업총생산액은 쑤저우, 상하이, 톈진, 선전, 충칭 등 중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들에 이은 전국 6위인 것으로 나타나 포산이 제조업에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중국 500대 민영기업 가운데 7곳이 포산에 있으며 이중 백색 가전업체인 메이더(美的)와 부동산 기업 비구이위안(碧桂园)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들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중국 도시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포산의 종합 경제 경쟁력은 전국 1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트병 금형 제조업체인 싱롄의 포산 공장 모습. 싱롄은 중국 내 코카콜라와 펩시 콜라 등 음료 페트병 금형의 70~80%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광둥성 포산=CBS 김중호 특파원)
제조업에 대한 지원체계와 시설이 확충되다 보니 외국계 기업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의 중국내 합작사 이치(一氣)-따종(大衆)도 포산을 화남생산기지로 삼았고 중국-독일 산업단지도 포산에 자리잡고 있다.

◇ 포산 ICT 등 업종 다양화 모색, 허산·장먼 등에 파급효과

포산은 이제 '중국의 공장'이라는 제조업 중심 이미지에서 벗어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와 문화 방면으로 기업들의 업종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포산하이테크산업구에는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91곳이 투자하고 있고 입주 기업 가운데 상장기업만 76곳, 첨단혁신기업이 1,020곳에 달한다.

광둥성 포산시 하이테크 산업구가 창업가들을 위해 마련한 창업카페,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고 정보교환과 공동 마케팅을 위한 지원이 제공된다. (광둥성 포산=CBS 김중호 특파원)
포산과 경제특구인 선전시가 창업도시로 발전함에 따라 생산시설들이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배후에 자리 잡은 허산·장먼 등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허산공업단지는 지난 2015년부터 90㎢ 면적으로 조성돼 이미 528만㎡가 넘는 산업용지 개발이 완료됐고 6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입주한 상태다. 허산은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웨강아오 대만구의 중심에 위치하고 교통이 편리해 물류중심지로서도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중국 허산(鶴山)에 자리잡은 물류회사의 자동 분류작업 공정. 허산은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웨강아오 대만구의 중심에 위치하고 교통이 편리해 물류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광둥성 허산=CBS 김중호 특파원)
장먼은 광둥-마카오 산업협력시범구, 중국유럽 중소기업국제합작구 등을 통해 기업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음식의 최고봉'이라는 광둥지역 답게 장먼시 신후이구에는 중국식 굴소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이금기(李錦記)사의 생산공장도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식 가족기업인 이금기는 1888년 주방장이던 이금상이 우연히 굴소스를 개발하면서 설립돼 올해로 130년 째를 맞는다. 133만평의 방대한 공장에 2,500여명의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50만 톤의 소스와 장류를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광둥성 장먼(江門)시에 위치한 이금기(李錦記)사의 소스 공장 모형, 연간 50만톤의 소스류와 장류를 생산해 세계에 수출한다. (아래)이금기 공장 내부모습 (광둥성 장먼=CBS 김중호 특파원)
◇ 개혁·개방 파급 효과 이제 2선 도시 넘어 3선 도시로

포산과 장먼·허산의 급속한 발전 사례는 40년 전 경제특구에서 시작됐던 개혁·개방의 파급효과가 이제 2선 도시를 넘어 3선 도시에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가 70년대 경제발전을 위해 일부 대기업들을 집중 육성하며 기대했던 '낙수효과' 같은 파급효과가 중국에서는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도시들 사이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포산은 통계 숫자에서 부족했을 뿐 도시 전체적인 분위기나 시설은 이미 중국의 1선 도시들에 견줘 손색이 없었다. 포산 주변의 장먼과 허산 등은 아직 개발의 여지가 많이 남았지만 기업들과 자본의 진출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는 조짐이 확연했다. 다만 지나치게 제조업·수출 주도형 업종 위주라는 점에서 최근 미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광둥성 내에서도 수출주도형 기업과 내수주도형 기업들의 희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전쟁 여파로 수출위주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광둥성 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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