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헌재 기밀' 빼내 김앤장에 전달 정황

한일 청구권 헌법소원 사건 관련 내부 보고서 등 전달
평택-당진시 매립지 관할 소송 조기 선고 방안 검토 지시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자료사진)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파악한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관련 내용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헌재에 파견 근무 중인 판사로부터 관련 기밀을 넘겨받아 관련 정보를 다시 김앤장에 건넸다는 관계자 등의 진술과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파악한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사건 심리 계획과 연구보고서 내용 등을 김앤장 소속 한모 변호사에게 전달해준 것으로 파악했다.

임 전 차장은 헌재에 파견 나가 있던 최모 부장판사에게 헌재 사건을 상세히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를 내린 뒤 관련 정보를 10여 차례에 걸쳐 전달받아 김앤장에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도 수차례 접촉해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을 고의로 늦추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헌재가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 사건을 연내 처리할 방침을 밝히자 헌재 결정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상황을 파악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과 호흡을 맞춰 사건 처리 방향을 의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헌재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특정 재판 선고를 앞당기도록 관여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경기 평택시와 충남 당진시의 매립지 관할 문제 소송을 놓고 선고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 등을 확인했다.

당시 매립지 관할 문제를 결정할 심판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는데 헌재가 공개변론을 여는 등 심리에 속도를 내자 대법원이 먼저 판단을 내려 우위를 차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고영한 전 대법관이 선고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작성토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고 전 대법관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도 이런 정황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이 지시해 만들어진 보고서는 실제 주심 대법관에게 전달됐지만, 당시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선고가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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