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5년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낸 지위확인 청구 소송을 서울고법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통진당 사건이 서울고법에 접수되기 전 단계서부터 사건번호를 비워두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고법은 사건배당 담당 직원에게 이를 그대로 지시했고, 법원행정처가 요구한 재판부와 주심 A부장판사로 배당이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A부장판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대화가 통할 것'으로 보고 이와 같은 배당을 요구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자체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번호를) 부여할 수가 없다"면서 "이 사건을 위한 번호를 미리 지정해 놓은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A 부장판사는 사건 배당 직후에 인사이동이 예정돼 통진당 사건을 처리하지 않았고, 후임으로 들어온 이동원 현 대법관이 해당 사건을 맡았다.
이에 검찰은 이 대법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전날 검찰이 청구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구속영장에도 일부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 같은 재판부 배당 조작이 다른 재판에서도 이뤄진 것은 아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2014년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린 직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통진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그러자 통진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의회 의장 등을 상대로 퇴직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잇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은 헌재 결정을 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 적법하게 제기되지 않았거나 청구 내용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을 경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끝내는 결정이다.
이에 검찰은 이후 법원행정처가 소송결과별 시나리오와 대응방안 검토 문건 등을 작성한 정황 등을 포착해 현재까지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