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본체는 동일한 가격과 동일한 성능을 제공하지만, 40㎜와 44㎜ 2가지 크기에 따라, 알루미늄이냐 스틸 케이스냐에 따라, 밴드 종류에 따라, GPS냐 GPS+셀룰러냐에 따라, 파트너십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매우 세분화 된다. 그중 가장 비싼 버전은 ‘애플워치4 에르메스 44㎜/ 스틸 케이스/ GPS+셀룰러/ 가죽 버클’ 제품이다. 기본 저렴한 가격이 49만9000원, 아주 비싼 에르메스 버전이 167만 9천원이다. 신형 아이폰XS맥스 512GB 가격인 198만원에 육박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이 1000만대를 돌파한 가운데, 애플은 3분기에만 45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45%) 1위를 기록했다. 특이한 점은 아이폰의 가격이 최고 200만원에 육박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해진데 반면 애플워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이 덜하다는 점이다. 이미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대신 아직도 선택의 영역에 있는 스마트 워치의 현실 때문으로 풀이된다.
◇ 애플 '워치4 나이키+' 언박싱…애플워치와 '스포츠 마스터' 나이키의 만남
기자가 ‘언박싱’한 애플워치는 ‘애플워치4 나이키+’다. 스페이스 그레이 알루미늄 케이스와 블랙 나이키 스포츠 루프(시곗줄)로 구성된 44㎜ 사이즈 GPS+셀룰러 모델이다. 러닝 등 운동을 좋아하고 나이키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모델이다. 가격은 65만9000원으로 나이키만의 스포티한 시계 페이스를 제공하고, 나이키가 지원하는 NRC(Nike Run Club) 앱을 통해 러닝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세계적인 나이키 마스터 트레이너들이 제공하는 ‘셀프 트레이닝’ NTC(Nike Training Club) 앱으로 180여 가지 운동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두께는 0.7㎜ 더 슬림해졌고, 듀얼코어 S3 프로세서를 탑재한 전작 애플워치3보다 최대 2배 더 빨라진 64비트 듀얼 코어 S4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최대 18시간 지속되는 배터리 성능은 사용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적어도 기자가 사용한 약 12시간 동안 배터리 잔량은 늘 70~78%를 유지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은 ‘나이키+’ 버전을 착용하고도 별로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매일 아침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러닝을 하고 일주일에 두 번 이상 PT를 했다면 적어도 하루종일 착용하고 배터리를 50% 이하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조금 반성해본다.
워치4는 돌리거나 누를 때 진동으로 피드백을 주는 햅틱 피드백이 적용된 새로운 디지털 크라운(용두)이 적용됐는데,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거나 클릭을 통해 전해지는 피드백의 촉감이 매우 좋았다.
또한 워치4 후면에는 마치 보석처럼 아름답게 디자인된 전기심박센서와 크리스털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2세대 광학심박센서가 새로 적용됐다. 사용자의 맥박과 혈관, 혈액의 흐름을 측정해 심박수 샘플을 주기적으로 수집하게 된다.
◇ 가장 혁신적인 워치4…심전도(ECG) 의료기기로 '원격진료'를 탐색하다
ECG(Electrocardiogram) 기능은 디지털 크라운에 내장된 전극과 새로운 심박센서로 사용자가 시계의 옆면에 약 30초 간 손가락을 대면 흉부를 통해 반대편 손까지 전파를 보내 심박을 측정하고 분류해 심방세동의 징후가 있는지 알린다. 또한 백그라운드에서 심박이 불규칙한지 또는 특정 범주를 벗어나는지 간헐적으로 분석해 주고 모든 기록 데이터와 증상은 애플워치의 헬스 앱에 PDF로 저장돼 의사와 공유가 가능해 실시간 원격진료가 가능해진다.
국가별 의료기 인증절차가 다르고 까다롭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FDA 승인제품이 국내서 거부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증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민영화나 생체정보 및 의료정보 보안, 의료사고 등을 차단하기 위해 무분별한 원격진료를 제한하고 있는 한국에서 실제 활용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낙상 사고가 아니더라도 워치4는 언제 어디서나 심박수를 체크하여 심건강을 확인하고, 비정상적인 심박수를 감지할 경우 경고를 보내준다. 활동 트래킹을 통해 일정시간마다 애플워치 착용자에게 활동(일어나기, 움직이기, 숨쉬기 등)을 유도해 건강관리를 돕는다.
기자의 경우 평소 기사를 쓰는 등 업무를 하면서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 같은 기능이 생각보다 많은 자극을 줬다. 적정 칼로리가 소모되거나 활동 미션이 수행되면 칭찬을 통해 동기부여는 물론 퍼스널 트레이너가 되어 스트레칭이나 체조, 요가 등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방법, 강도, 스케줄을 관리해준다. 앱스토어에는 애플워치 기본기능 외에도 다양한 헬스케어 앱이 제공된다.
실제 해외 일부 사업장에서는 장시간 야외 노동이나 애플워치를 활용한 건강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작업자의 안전과 건강을 모니터링하거나 운동선수의 피트니스 및 체력 관리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워치4, 전자시계 또는 스마트워치 그 이상을 향한 야심찬 행보
정작 가장 혁신적인 진화로 주목받는 애플워치4의 ECG 기능을 사용해볼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 기능이 확산될 경우 관련 의료산업에 일대 혁명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경험은 어렵지만 애플워치의 혁신과 미래가 명확해졌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워치4는 FDA 승인시 MRI, 초음파 진단기 등과 같은 클래스#2 등급 기기로 승인을 받은 의료기기다. 이 때문에 병원 환자나 특수 사업장, 건강관리가 필요한 고령자에게 워치4는 메디컬 웨어러블 디바이스로서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동네 뒷산에서 매일 ‘셀프 피트니스’와 등산을 즐기시지만 오래전 저혈압에 심혈관 질환으로 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고희(古稀)를 앞둔 기자의 부친에게 드릴 선물로 강력히 고민하고 있다.
한 가지 더. 당장 워치4를 착용하고 바뀐 것이 있다면 스마트폰을 수시로 들여다보던 습관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각종 메시지와 알림, 스케줄 때문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뗄 수 없었지만 워치4에서 간단히 확인할 수 있어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게 된 것은 작지만 큰 변화였다. 당장 필요해서 본 메시지나 스케줄, 알림이 어느 샌가 의미 없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유튜브 시청, 소셜미디어(SNS)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개미지옥’에서 조금은 벗어나 생산적인 일을 하는데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워치4를 착용하고, 그렇게 나는 건강해지는 걸까. 잠시 자문해본다. 그 답은 워치4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경험한 후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워치4를 찬 이후 좀 더 건강한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총평]
전반적인 평가에서 디자인이나 성능은 탁월한 편이었다. 하지만 ECG 기능 비활성화는 가장 큰 감점 요인이다. 당장 사용하지 않더라도 불편을 느낄 겨를은 없지만 국내에서 언제 사용할 지 알 수 없는 워치4의 진입장벽이 높은 가격은 조금 아쉽다. 안정화된 워치OS와 서비스 생태계는 탁월하다. 착용하는 순간 누구나 알아보는 아이폰이나 맥북과 달리 그 존재감은 사라지고 손목시계처럼 조용히 내 일상이 된다. 패션 측면에서 '위버 프리미엄족(uber premium)'에게는 고급 시곗줄과 워치 페이스, 에르메스 버전도 조금 아쉬울 수 있다.
가격 ★★★★★★ 6/10
성능 ★★★★★★★★ 8/10
디자인 ★★★★★★★ 7/10
편의성 ★★★★★★★★ 8/10
■굿포인트: 나의 건강을 지켜주는 '의료기기'
■배드포인트: 언제 사용할지 알 수 없는 ECG 기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