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중재로 탄력받나···연내 김정은 답방·북미회담 '가시권'

문재인 대통령, 아르헨티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트럼프, 기자들과 만나 "내년 1월~2월에 (북미정상회담) 열릴 듯"
종전선언 등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 논의 가능성도

교착 상태인 듯 보였던 북미 관계에 또 한번의 훈풍이 불어올까.

문재인 대통령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르헨티나를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과 내년 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내비쳤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차기 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을 위한 또다른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며 한미 간 굳건한 동맹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 당시 남북이 합의했던 사안인 연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추진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한미 정상이 만나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연내 답방을 결정하기 위한 강력한 유인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답방하면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당부를 제게 하기도 했다"면서 "김 위원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김 위원장을 좋아하는만큼,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자신이 이뤄주겠다는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경호 문제 등 준비기간을 거쳐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김 위원장 답방이 성사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미 정상이 이번 계기 북한에 촉구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했고 북한 역시 앞서 답방의사를 밝혔던만큼, 향후 논의과정에 따라 긍정적 답변을 보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G20 회의 계기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중재외교를 펼치며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고 대화 동력을 이어가도록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시점에 북한의 반응을 이끌어낼 메시지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1월 혹은 2월 북미정상회담을 제시한 것 역시 북미 관계와 비핵화 대화의 '청신호'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G20 회의 뒤 귀환하는 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1월이나 2월에 열릴 것 같다"며 "세 군데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길을 잃고 연기된 가운데 또 한번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지연된 북미 관계를 풀어내려는 시도다. 연내 김 위원장 답방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한미의 구상이 재확인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분명하게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긍정적 신호는 한미정상회담 뿐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백악관은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함께 핵 없는 한반도를 보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무역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던 미중이 일종의 '휴전'을 이뤘고, 북한 문제와 관련해 주요 우방국으로서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고 소통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북미 대화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다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한미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 전까지 기존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함께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싱가포르에서의 1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언급하며 "이러한 각각 조치들이 선후적으로 어떻게 배치될 것인지 하는 일종의 타임테이블은 북미 간 대화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원칙적 합의만 이룬 것이기 때문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큰 타임테이블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한미 간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 사찰 등 검증과정에 대해 '항복선언' 수준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북한이 보다 적극적인 핵 검증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명분이 '종전선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2차 북미정상회담의 초점은 종전선언 논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 역시 사찰과 영변 핵시설 폭파 등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내년은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의미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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