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지난 8일 미국 뉴욕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가 예정됐지만, 돌연 취소됐다. 이후 다시 이달 말 가능성이 부각됐지만 북측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개최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고위급 회담에 뜨뜻미지근한 가장 큰 이유는 비핵화 로드맵의 세부 사항을 두고 북미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조건 없이 핵무기와 핵시설 등을 신고하라는 건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를 거부해왔다.
북한은 이번에도 지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당시와 같은 '자발적인' 형태의 비핵화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핵 검증·신고 체제의 로드맵이라도 내 놓으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는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비핵화 세부 사항을 둘러싸고 물밑 협상에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회담 날짜를 잡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우리 정부가 목표로 했던 남북 교류나 북미정상회담도 자연스레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종전선언을 연내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지만, 북한의 생각과는 달리 미국은 북한의 만족할만한 비핵화 조치 전 종전선언을 하는 것에 매우 회의적인 입장이다.
더군다나 북한과 비핵화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종전선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남측 답방 역시 연내에는 요원해보이는 상황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우리 정부만의 결정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남과 북의 결정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북미 3자가 합의해야 하는 것이어서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해 결국 내년 초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영철 방미 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 미 측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은 좀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고위급 회담 연기에 따른) 순차적인 연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항상 비핵화의 세부방법론에서 북미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어그러졌던 전례가 있는만큼 지금이 고비"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G20 회의 등 하반기 외교일정을 통해 북미 간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