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흐름은 이른바 보수통합론(論)을 겨냥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과녁으로 한 거센 비판은 결국 반문(反文‧반문재인) 연대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각자가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 바른미래, 이언주‧하태경 '쌍포'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은 바른미래당의 이언주(재선‧경기 광명을)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4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을 만든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필리핀보다 못한 세상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자주 언급하고 있는 '박정희 천재론'의 일환인 셈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인터뷰에선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지만, 박정희 같은 분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꿰뚫어 보았다는 측면에서는 천재에 가까웠다"고 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제는 현대판 황제인데, 황제가 되려면 외교‧국방‧경제까지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며 "이런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 나타났다는 것은 국민 입장에선 행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견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우연일지라도 똑똑한 대통령이었다는 얘기와 같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천재' 언급은 현재 문 대통령에 대한 상대적 평가 절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초석을 닦은 반면, 문 대통령은 반(反)기업‧반시장 정책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을 주로 겨냥한다면 같은 당 하태경(재선‧부산 해운대갑) 의원은 최근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하 의원은 25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지사가 문 대통령 아들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반문(反文) 야당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부인 김혜경씨의 실계정주 의혹이 있는 트위터 사건과 관련,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을 먼저 가리자고 한 데 대해 "역린을 건드렸다"는 해석에 더한 주장이다.
그는 "대선 때 문씨의 특혜취업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했던 저처럼 이 지사도 야당처럼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것"이라며 "이간계가 아니라 본인의 결별 선언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해찬 대표는 이 지사가 경찰이 권력의 편이라고 했을 때 출당시켰어야 했다"며 "이 대표도 비문(非文)을 넘어 반문을 대표하려느냐"고 되물었다.
이 지사에 대한 하 의원의 공세는 여러 가지 포석을 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문재인 정서를 강화함과 동시에 여권 내 '친문 대(對) 비문' 갈등을 겨냥하고 있다. 하 의원은 지난 22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이 지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 반문연대 노림수, 한국당과 공동전선?
연일 강도 높은 발언에는 결국 차기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의원은 지난 21일 "자기가 더 유리한 곳을 찾아다니는 게 철새다. 저는 더 불리한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 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철새는 추워지면 더운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다시 날씨가 풀리면 원래 있던 곳으로 가는 것이 철새"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 현재 바른미래당까지 왔지만 언제 다시 민주당을 바랄지 알 수 없다는 지적으로 최근 '보수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반면, 그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23일 인터뷰에서 이 의원을 겨냥, "바른미래당으로 광명에서 출마하면 100% 낙선"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이 한국당으로 입당해 부산 영도 지역구를 노리고 있다는 정치권의 소문을 근거로 '철새'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반문연대 요구가 거세지는 것과 맞물려 한국당 내 유력 정치인들의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제대로 된 성장정책 없이 집권했다는 점, 이 잘못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가지 죄를 짓고 있다"며 "실현 가능한 성장정책이 없는 지금의 정부는 가짜 진보‧사이비 진보"라고 비판했다.
3월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홍준표 전 대표는 청와대를 겨냥했다. 홍 전 대표는 24일 서울에 첫 눈이 내렸지만 사퇴하지 않은 탄현민 청와대 행정관(의전비서관실)을 겨냥 "그를 놓아주게 되면 이 정권은 끝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