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수리훈련' 축소 ···북한과 대화 의지 분명히 한 시그널

대규모 상륙훈련 및 전략무기 참여 없을 듯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 노력에 발맞추려는 의도인듯

미국이 내년 봄 예정된 한미연합 실기동 훈련인 '독수리훈련(FE)'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것은 북미 간 비핵화 대화 견인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북미 고위급 대화가 한차례 연기되고 내년 초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미 측이 뚜렷하게 밝힌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를 이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관측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독수리훈련은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도록 조금 재정비되고 있다"면서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당국이 SCM 이후 내년 진행할 연합훈련의 전체적 방향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데다, 특히 연합훈련의 키를 쥔 미국 측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번 SCM 직후 펜타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매티스 장관과 저는 앞으로 외교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을 군사 분야에서 어떻게 잘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군사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향후 연습과 훈련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했다"며 "11월 15일까지 실무진에서 검토하고, 12월 1일 이전에 결심해서 향후 문제가 없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국방부는 한미가 내년 전체적인 연합훈련 방향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어떠한 결론이 난 상태는 아니라고 22일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협의 중이지만 결정은 나지 않았고, 일단 내년 한국군의 훈련을 정상적으로 시행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독수리훈련 축소를 검토한다면 B-1B 전략폭격기, 핵 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핵잠수함 등의 전략무기가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 해군과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도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달가량 미뤘다가 지난 4월에 실시한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KR)연습 때도 미국 전략무기를 동원하지 않았던 예가 있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 등 대형 한미연합훈련이 올해 들어 중지, 혹은 연기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한 이후 지난 8월 예정됐던 UFG연습도 시행되지 않았다.

비질런트 에이스훈련은 이번 SCM 회의에서 실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5년부터 매년 12월 시행되는 이 훈련은 내용이 공세적이어서 북한에는 큰 위협이 된다.

이처럼 크고 작은 훈련들이 중지, 연기되는 것은 한미가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대화로 진전시키려는 노력에 발을 맞춰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일각에서는 연합훈련의 중지 또는 연기로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방부는 군별로 대대급 이하의 소규모 연합훈련은 계속하고 있으며, 한국군 단독훈련도 정상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연합전력 약화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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