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9일 오전 9시30분 박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한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임종헌(59·구속기소) 차장과 함께 양 전 대법원장을 보좌했다.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를 최대 역점사업으로 삼고 전력을 기울인 때인 만큼 각종 사법농단 의혹이 이 시기에 집중돼 있다.
박 전 대법관은 ▲ 징용소송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및 압박 ▲ 법관사찰 ▲ 비자금 조성 등 굵직한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차장이 국회와 청와대, 관련 부처를 오가며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중간책임자' 역할을 했다면, 박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중요 사안의 의사결정을 내려 지시하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심판제청을 취소시키는 방안, 옛 통진당 의원들 소송에 대한 판단기준을 일선 법원에 내려보내는 방안 등이 박 전 처장 주재 실장회의에서 결정된 정황이 나왔다.
청와대를 상대할 때는 실무에 나서기도 했다.박 전 대법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4년 10월 징용소송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2차 공관회동'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관련한 일선 법원의 과거사 소송을 전부 취합해 보고했다. 이듬해 8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를 앞두고 '국정운영 협력사례'로 내세울 만한 대법원 판결들도 직접 선별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일한 법관들 진술과 각종 문건,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 등을 분석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상당수가 박 전 대법관의 지시에서 시작된 단서를 잡았다.
임 전 차장은 '윗선'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80명 넘는 전·현직 법관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만큼 법원행정처장 이상 옛 수뇌부의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서 개별 범죄사실의 절반가량을 박 전 대법관이 공모한 것으로 규정했다.
다만 이번 수사의 종착지에 해당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보다 탄탄히 다지는 데 그의 진술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개별 범죄사실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관여했는지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이 받는 혐의가 수십 개에 달하는 점까지 감안하면 조사상황에 따라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