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8년 11월 6일 (화)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정은정 작가
◇ 정관용> 3년 전 민중총궐기집회에서 경찰 물대포 맞아 쓰러졌고 이듬해에 돌아가신 고 백남기 농민. 그 농민의 투쟁사를 기록한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라는 제목의 책이 나옵니다. 책의 저자이신 농촌사회학연구자 정은정 작가를 연결합니다. 정 작가님, 안녕하세요.
◆ 정은정> 안녕하세요. 정은정입니다.
◇ 정관용> 2015년 11월 14일이었죠, 쓰러지신 날이.
◆ 정은정> 네.
◇ 정관용> 돌아가신 건 언제였죠?
◆ 정은정> 2016년 9월 25일이니까 한 두 달 전이 2주기였습니다.
◇ 정관용> 벌써 2주기가 훌쩍 넘었군요.
◆ 정은정> 훌쩍 넘었어요.
◇ 정관용> 이번에 쓰신 책은 그러면 고 백남기 농민 평전입니까, 어떤 책입니까?
◆ 정은정> 평전이라기보다는 물론 백남기 어르신의 농민의 생애사는 들어가는데요. 일단은 같이 싸움을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투쟁 기록사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많은 분들이 잊고 계실 수 있으니까 고 백남기 농민이 중앙대학교 행정학과 68학번 맞죠?
◆ 정은정> 맞습니다.
◇ 정관용> 학생운동을 하시다가 제적도 당하고 구속도 당하시고. 그렇죠?
◆ 정은정> 유신시대 때 감옥살이를 하고 또 고문까지 당하셨던 전력이 있으시죠.
◇ 정관용> 또 80년대는 신군부의 탄압도 받았죠?
◆ 정은정> 80년에 계엄군에 끌려가셔서 그래서 그 최종 학교에서 퇴학 처리를 하고 그다음에 바로 이제 출소를 81년에 하신 다음에 고향 보성으로 내려오셔서 평생 농민운동, 그리고 농업에 매진하셨어요.
◇ 정관용> 가톨릭농민의 우리 밀 살리기 이런 운동도 쭉 전개하셨고요.
◆ 정은정> 평생 가톨릭농민회 회원으로 우리 밀 살리기 생명공동체 운동에 계속 힘을 보태시다가 돌아가시게 되는, 굉장히 저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셨죠.
◇ 정관용> 고 백남기 농민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봤고요. 제목이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 정은정> 일단은 백남기 농민이 광화문에서 아스팔트 위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셔서 돌아가셨다라는 상징성도 있고요. 농민들한테는 아스팔트 농사라는 말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고향에서 혹은 농촌에서 농사만 짓는 것으로는 농민들의 권리들을 주장할 수 없으니까 서울로 올라와서 우리 아스팔트 위에서 정치적 주장을 하자, 즉 그것을 아스팔트 농사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따서 어르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한국 사회가 큰 변화를 겪었잖아요. 그래서 그런 상징을 좀 담으려고 제목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 정관용> 그때 백남기 농민을 비롯한 농민들이 외친 슬로건이 쌀값 21만 원이었죠?
◆ 정은정> 네, 쌀값 21만 원 보장해 달라는 요구였죠.
◇ 정관용>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촛불혁명으로 이어졌고 정권도 바뀌고 했는데 지금 쌀값 얼마입니까?
◆ 정은정> 지금 현재 쌀값은 목표가격이라고 해서 19만 6000원으로 얼마 전에 책정이 됐는데요. 실제로는 여태까지 모든 정부에서 최소한 21만 원 이상을 보장해 주겠다고 선거에 나올 때마다 이야기를 했는데 오히려 지금 여당인 민주당도 21만 8000원 정도를 주장하다가 2만 원이나 빠진 19만 6000원으로 얼마 전부터 책정을 한다고 그래서 지금 현재 농민들의 분노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공약이 쌀값 21만 원이었고 민주당도 21만 8000원이었고 그렇죠?
◆ 정은정> 심지어 23만 원까지 보장해 준다고 박근혜 후보는 후보 시절에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이 정부는 왜 그 약속을 못 지키는 겁니까?
◆ 정은정> 일단은 농민 홀대론이라고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정책상 농업, 농촌, 농민들이 워낙 소수다 보니까 그냥 시간만 뭉개고 보낸 건 아닐까 이러면서 농촌에서는 농민 홀대다 이렇게 이야기들을 하고 계시는 거죠. 그래서 장관도 농식품부 장관도 제일 늦게 임명되고 또 도지사도 출마를 하고 이번에 임명된 장관님도 내년에 총선에 출마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정도니까 우리는 버림받았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하실 수밖에 없죠.
◇ 정관용> 그러니까 다른 거는 공약 안 지키면 신경도 많이 쓰고 눈치도 보는데 아예 농촌 공약은 눈치도 안 본다 이런 얘기입니까?
◆ 정은정> 정치권에서도 눈치를 그렇게 크게 보지는 않고 사실은 일반 시민들도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잖아요. 그래서 사실상 이번에 생산량이 좀 줄어서 회복세인데 이걸 언론이나 시민들은 쌀값 폭등이라고 표현을 하면서 당연히 쌀값은 늘 싸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정도니까요.
◇ 정관용> 이 책에 투쟁기록사라고 하는 게 백남기 농민 쓰러지고 함께한 분들 그분들의 이야기도 쭉 다 담겨 있는 거죠?
◆ 정은정> 인터뷰를 많이 했고요. 특히 명망가 혹은 큰 운동가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함께했던 실무자 그리고 연대했던 여러 분들 함께 인터뷰를 좀 많이 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런 분들을 주목한 이유가 뭘까요?
◆ 정은정> 모든 싸움이나 특히 이 백남기 농민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만들어진 촛불혁명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은 한두 명의 유명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들이 아니라 이름 없는 사람들이 함께 이뤄낸 거기 때문에 그 상징을 이 책에는 많이 담고 싶었습니다.
◇ 정관용> 그랬는데도 달라진 건 없다 이거 아닙니까, 한마디로?
◆ 정은정> 농촌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후퇴하고 있는 거 아닌가. 왜냐하면 농업 예산도 줄어들었고요. 그래서 그런 우려들을 많이 하고 있어서 책을 통해서 아직까지도 농촌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백남기 농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 정관용>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정은정> 일단은 이 백남기 농민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리고 이분이 올라오셔서 주장했었던 그러니까 쌀값 21만 원 보장이라는 것은 지금 현재의 농촌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그게 공기밥 300원도 채 안 되는 걸 보장해 달라고 하는 건데 그것마저도 과연 무리한 요구였나 이런 생각들을 함께, 도시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함께해야 되죠. 농촌은 꼭 지켜줘야 하는 우리 모두의 고향 같은 공간이니까요.
◇ 정관용> 지금 우리 농업 인구가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죠?
◆ 정은정> 257만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65세 이상 되는 고령인구가 4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까 자연적으로 많이 돌아가시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하다 보면 정말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우려도 많이 들고요.
◇ 정관용> 요즘 청년들의 귀농 이런 것들도 생기는 것 같던데 그런 운동이 확산될 조짐은 없습니까?
◆ 정은정> 요새 청년 농업이나 스마트팜이나 이런 이야기들이 많아지기는 하는데 그냥 언론에서는 너무 뭐랄까요. 돈 잘 벌 수 있는 그런 방법, 새로운 직업 이런 식으로 하는데 실제로는 가보면 청년 농민들도 굉장히 많이 힘이 들고요. 그래서 그렇게 언론에서 그냥 한번 다루기 좋은 정도의 소재로만 보면 안 되고 장기적으로 정책적으로 좀 접근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야죠. 알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아픈 얘기가 정부도 정치권도 농업공약은 안 지켜도 별로 신경도 안 쓰더라 이 말이 참 아프네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은정> 감사합니다.
◇ 정관용>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라는 책을 펴내신 농촌사회학연구자 정은정 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