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美, 리비아 방식으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가 나서야"

"美, 선비핵화 고수하면 완전한 비핵화 달성 어려워"
북미 협상동력 잃고, ICBM 동결 수준으로 봉합 가능성 제기
"文 정부, 완전한 비핵화 위해 중-일-러와 협력" 제언
"다자가 北 선조치 설득하고, 美 리비아식 강요 못하도록 감시해야"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창립식에서 '한반도 평화의 전망과 과제'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북핵문제를 두고 리비아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것 같다며, 우리 정부가 나서 북미정상회담의 이행을 위한 주변국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협상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창립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다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CVID는 백악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만든 말로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리비아 핵폐기 때 사용된 용어다.

하지만, 북한은 구체적인 체제안전보장 조치 없이 선(先)비핵화만을 요구하는 CVID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새로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만들어 정착시켰는데 최근 들어 리비아식 핵폐기의 상징인 CVID가 펜스 부통령 등 미국 조야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는 말이다.

정 전 장관은 "북미정상회담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회담 과정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현실화됐다"며 "특히, 미국 실무관료들에 의해서 북한의 선 조치를 요구하던 25년간의 인습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또 정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짧은 시간내 북한 비핵화를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며 논조가 바뀐 점도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부 내 끊임없는 논쟁 과정에서 서서히 실무진 쪽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 결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이어 "미국이 리비아 방식을 연상시키는 선 비핵화를 관철시키려한다면, 북한은 극렬히 반대할 것"이라며 "그러면 결국 북미가 중간지점에서 북핵문제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리비아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 북한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워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정 전 장관은 북미가 협상 동력을 잃고 미국을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엔진시험장·미사일 발사장의 해체 수준에서 북핵문제를 봉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ICBM과 미래핵 동결 수준에서 북핵문제가 봉합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치명상을 입게될 것"이라며 "비상계획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중국, 러시아, 일본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6.12 북미정상회담 이행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하며, 북한에게 미국이 바라는 선 조치를 일부 이행하도록 설득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리비아 방식의 미국 안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한·중·일·러가 미국을 견제·감시하고, 비핵화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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