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국내 극장가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블록버스터급 외화가 종종 국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흥행하는 정도였다. 올해는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 '창궐'이 개봉해 흥행 기대작으로 떠올랐지만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그런데 순 제작비 38억 원에 불과한 중급 규모 국내 영화 '완벽한 타인'이 극장가로 관객들을 모은 것이다.
'완벽한 타인'은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개봉 12일 째인 지난 주말까지 337만5742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 166만 관객보다 무려 2배나 많은 숫자다.
'완벽한 타인'은 저녁 식사 시간 동안 40년 지기 친구들이 휴대폰 공개 게임을 하면서 각자의 비밀이 폭로되는 내용의 영화다. '퍼펙트 스트레인저'라는 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이지만 이를 한국 정서에 맞는 유머로 잘 버무려냈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휴대폰을 영화의 중요 장치로 사용하면서 여느 스릴러 영화 못지 않은 현실적인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 같은 흥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입소문 덕분이었다. 세트장에서 한 달 만에 촬영을 끝냈다는 감독의 이야기처럼 영화는 한정된 장소 속 배우들이 주고 받는 대사로만 구성돼있다. 그럼에도 조진웅·유해진·염정아·이서진·김지수 등 베테랑 배우들의 활약으로 몰입감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결국 누구나 타인 앞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설득력 있는 전개로 관객들의 높은 공감을 얻어냈다.
전설적 록밴드 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 영화로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누구나 3~4곡 정도 알고 있는 퀸의 대표곡들은 영화를 통해 당시 공연 무대로 생생하고 뜨겁게 재현 됐다. 이민자 출신의 한 청년이 아웃사이더들을 대변하는 음악 세계를 구축하면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로 거듭나는 성장사도 감동을 전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다시금 퀸과 그 음악들을 소환하면서 SNS 상에 많은 마니아 층을 양산하고 있다. 이들은 재관람을 이어가면서 전기적 성격을 넘어 음악 영화로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가진 가치를 전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일부터 '완벽한 타인'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며 현재까지 184만3194만 명 관객을 모았다. 지금까지의 흥행 속도라면 200만 관객 돌파도 머지않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두 영화의 흥행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부진으로 인해 1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배정받은 외부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물량과 별개로 영화 자체적인 힘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흥행이 점쳐졌던 작품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점도 분명히 있다. '완벽한 타인'은 '더 테러 라이브' '터널'과 계보를 같이 하는 영화다. 두 영화가 큰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예산 규모가 있는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사건보다 드라마의 힘이 클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중년 관객들에겐 퀸의 음악과 향수가 퀸 세대가 아닌 관객들에게는 프레디 머큐리의 극적인 드라마가 먹혔다. 특히 개봉 2주차 주말에 10만 명 이상 관객들이 더 들면서 그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흥행 사례가 국내 영화 시장의 중간급 영화 제작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평론가는 "호불호가 거의 갈리지 않다는 점에서 두 영화 모두 입소문 흥행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최근 국내에서 중급 규모 영화들이 거의 제작되지 않는데 이들 영화의 연이은 성공 사례가 다시금 중간급 영화 제작을 활성화 시킬 것으로 기대해본다"라고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