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이 더욱 선명해지길" 故 윤창호씨 영결식 엄수

유가족과 친구, 군 관계자, 정치권 참석한 가운데 부산 국군병원서 엄수
영결식 내내 곳곳에서 오열...아버지는 애써 울음 삼키는 모습
영락공원서 화장 절차 거친 뒤 대전 추모공원에 안치

윤창호씨 유가족이 윤씨의 영정사진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부산CBS 박중석 기자)
"너의 이름이 시간이 지날 수록 잊혀지지 않고 더욱 선명하게 남길 바래"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고(故) 윤창호(22)씨의 영결식이 11일 오전 부산 국군병원에서 엄수됐다.

주한 미 8군 한국군지원단이 주관한 윤 씨의 영결식은 유가족과 친구, 군 관계자, 정치권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슬픔과 안타까움 속에서 진행됐다.

윤씨와 같은 부대에서 복무한 김동휘 상병은 추도사에서 "창호는 웃음이 많은 친구였다"며 "다른 분대원들이 실 없는 농담을 해도 누구보다 크게 웃어주는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이어 "앞날이 기대되는 청년이 하루 아침에 생사를 달리했다"며 "창호의 희생은 대한민국이 외면해 왔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국민들에게 잊지 못할 교훈은 남겼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상병은 "더 이상 이런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그에 관대한 제도는 더욱더 근절되기를 바란다"며 "창호의 이름이 시간이 지날 수록 잊혀지지 않고 선명하게 남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고, 윤씨의 아버지 윤기현(53)씨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견디는 모습도 보였다.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부산CBS 박중석 기자)
사경을 헤매는 친구의 곁에서 현행법의 부당함을 알리며 뛰어왔던 윤씨의 친구들은 끝내 떠나버린 친구의 영정 사진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윤씨의 친구 김민진 씨는 추도사에서 "벌써 보고 싶고 그리운 친구 창호야"라며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이어 "우리들은 만나면 누가 먼저 결혼을 할까? 누가 먼저 아이를 낳을까?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너는 우리 미래의 일부분이었다"고 윤씨를 기억했다.

김씨는 "너 옆에 있으면 웃을 수 있었고 행복했다"며 "정의가 뭔지, 법이 뭔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뭔지에 대해 너는 늘 이야기했고 우리는 배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끝으로 "그 곳에서 너를 보기 전까지 우리도 열심히 살겠다"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너의 이름 석자가 명예롭게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라고 떨리는 목소리에 힘을 줘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한 같은 당 하태경 의원,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등도 참석했다.

하태경 의원은 "더이상 이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힘을 모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인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전 부산 영락공원에서 화잘 절차를 거친 뒤 대전 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고인의 유해는 화장 절차를 거쳐 대전 추모공원에 안치된다. (사진=부산CBS 박중석 기자)
앞서 카투사로 복무 중이던 윤씨는 휴가를 나왔던 지난 9월 25일 새벽 해운대구 미포오거리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BMW 차량이 치여 중태에 빠진 뒤 46일만에 끝내 숨졌다.

사고 이후 윤씨 친구들은 '도로 위 살인행위'인 음주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해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이끌어 냈고 국회에서 이른바 '윤창호법'이 발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10일 가해운전자인 박모(26)씨를 체포해 '음주운전과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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