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스물다섯살 파란 눈의 선교사가 조선 땅에 입국했다. 제임스 S. 게일이라는 이름의 이 선교사는 사십여 년간 조선땅에 머물며 조선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았다.
게일은 조선의 마지막 10년인 1888년~1897년까지의 시간을 담은 책
조선인보다 조선을 사랑했던 게일은 당시 풍경과 각종 풍습들을 눈앞에 보듯 생생하게 묘사했다. '은자의 나라'로 불리던 미지 속의 조선을 최초로 서양세계에 소개한 이 책은 역사서 이상의 역할을 한다. 특히 아관파천, 청일전쟁, 갑신정변, 을미사변 등 이 땅의 굴곡의 역사도 책에 상세하게 기록했다.
최초의 한영사전을 만들고, 구운몽, 심청전, 춘향전 등 우리 문학을 서양에 번역해 출간했으며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해 '하나님'이라는 용어를 채택한 게일의 삶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올해 11월 11일은 1차 세계대전 종전 100년이 되는 날이다. 1000만명의 전사자와 2000만명의 부상자를 낳은 사상 최악의 대전은 종지부를 찍은 걸까?
역사학자 로버트 거워스 교수가 쓴 책 <왜 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는 아직 끝나지 않는 1차 세계대전의 영향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전쟁 종식 후에 안정과 평화가 아니라 새로운 폭력의 논리와 혼돈이 유럽 대륙을 덮치게된 상황을 분석했다.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 불가리아 등 패전국의 시각에서 전쟁 전후 세계를 분석했다. 2차 세계대전을 불러오고 냉전과 피비린내 나는 민족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100년 전 유럽의 파국적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최인호 작가 5주기에 맞춰 소설 <고래사냥>이 재출간됐다. 1983년 출간된 이 책은 군부독재와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살아갔던 젊은이들의 울분과 고뇌, 체념을 담고 있다. 배창호 감독이 영화화 했고, 가수 송창식의 노래로도 유명한 이 소설에서 그 시절 젊은이들의 이상과 꿈을 엿볼 수 있다.
강인숙 영인문학과 관장은 "고래사냥은 최인호가 만든 청년문화를 대표하는 소설"이라며 "최인호는 평범하고 겁쟁이고 보잘것 없는 젊은이들이 꿈을 찾아 무턱대로 길을 더나는 그 일탈에 신바람을 불어넣는 마술사였다"고 평했다.
책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은 스위스 목회 신학자 투르나이젠(1888~1974)이1921년 스위스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30대 초반 젊은 목사였던 투르나이젠은 신학의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을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에서 찾았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속 인물들은 영원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있지만 평범한 인간에도 미치지 못해 파멸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이런 불완전함 때문에 인간의 근본적 한계를 알아차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 너머에 있는 완전한 무언가를 가리키는 존재가 된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줄거리와 함께 이뤄지는 투르나이젠의 논증은 기독교적 구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신학적 관점에서 작품을 재해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83년생 젊은 소설가 이은선이 <발치카 N0.9> 이후 4년만에 두번째 소설집을 발간했다. 책 <유빙의 숲>은 세월호 사건을 목도한 이후 4년동안 써내려간 8편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다.
'영혼 결혼식이라는 희귀한 소재를 다룬 <뼈바늘>, 한 호텔에 묵는 이들의 동상이몽을 그려낸 <유리 주의>, 작은 섬에 자리한 카페를 드나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커피 다비드> 등은 막힘없이 읽힌다.
작가는 개인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재난, 사고,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인물들을 그려내면서도 잔혹한 삶을 살아내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춰 삶에 대한 애정어린 시설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