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의 책갈피] 조선을 사랑했던 선교사가 쓴 마지막 조선의 10년

책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왜 1차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 등 CBS 11월 둘째주 한주의 책갈피

◈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제임스 S 게일 지음, 최재형 옮김)


1888년, 스물다섯살 파란 눈의 선교사가 조선 땅에 입국했다. 제임스 S. 게일이라는 이름의 이 선교사는 사십여 년간 조선땅에 머물며 조선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았다.

게일은 조선의 마지막 10년인 1888년~1897년까지의 시간을 담은 책 를 미국, 영국, 캐나다에 출간해 조선이라는 나라를 최초로 서방세계에 소개했는데, 이 책이 우리말로 정식 출간됐다. 책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이다.

조선인보다 조선을 사랑했던 게일은 당시 풍경과 각종 풍습들을 눈앞에 보듯 생생하게 묘사했다. '은자의 나라'로 불리던 미지 속의 조선을 최초로 서양세계에 소개한 이 책은 역사서 이상의 역할을 한다. 특히 아관파천, 청일전쟁, 갑신정변, 을미사변 등 이 땅의 굴곡의 역사도 책에 상세하게 기록했다.

최초의 한영사전을 만들고, 구운몽, 심청전, 춘향전 등 우리 문학을 서양에 번역해 출간했으며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해 '하나님'이라는 용어를 채택한 게일의 삶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 (로버트 거워스 지음, 최파일 옮김)

올해 11월 11일은 1차 세계대전 종전 100년이 되는 날이다. 1000만명의 전사자와 2000만명의 부상자를 낳은 사상 최악의 대전은 종지부를 찍은 걸까?

역사학자 로버트 거워스 교수가 쓴 책 <왜 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는 아직 끝나지 않는 1차 세계대전의 영향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전쟁 종식 후에 안정과 평화가 아니라 새로운 폭력의 논리와 혼돈이 유럽 대륙을 덮치게된 상황을 분석했다.

특히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 불가리아 등 패전국의 시각에서 전쟁 전후 세계를 분석했다. 2차 세계대전을 불러오고 냉전과 피비린내 나는 민족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100년 전 유럽의 파국적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 고래사냥 (최인호 장편소설)

최인호 작가 5주기에 맞춰 소설 <고래사냥>이 재출간됐다. 1983년 출간된 이 책은 군부독재와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살아갔던 젊은이들의 울분과 고뇌, 체념을 담고 있다. 배창호 감독이 영화화 했고, 가수 송창식의 노래로도 유명한 이 소설에서 그 시절 젊은이들의 이상과 꿈을 엿볼 수 있다.

강인숙 영인문학과 관장은 "고래사냥은 최인호가 만든 청년문화를 대표하는 소설"이라며 "최인호는 평범하고 겁쟁이고 보잘것 없는 젊은이들이 꿈을 찾아 무턱대로 길을 더나는 그 일탈에 신바람을 불어넣는 마술사였다"고 평했다.

◈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지음, 손성현 옮김)

책 <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은 스위스 목회 신학자 투르나이젠(1888~1974)이1921년 스위스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30대 초반 젊은 목사였던 투르나이젠은 신학의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을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에서 찾았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속 인물들은 영원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있지만 평범한 인간에도 미치지 못해 파멸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이런 불완전함 때문에 인간의 근본적 한계를 알아차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 너머에 있는 완전한 무언가를 가리키는 존재가 된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줄거리와 함께 이뤄지는 투르나이젠의 논증은 기독교적 구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신학적 관점에서 작품을 재해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유빙의 숲 (이은선 소설)

83년생 젊은 소설가 이은선이 <발치카 N0.9> 이후 4년만에 두번째 소설집을 발간했다. 책 <유빙의 숲>은 세월호 사건을 목도한 이후 4년동안 써내려간 8편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다.

'영혼 결혼식이라는 희귀한 소재를 다룬 <뼈바늘>, 한 호텔에 묵는 이들의 동상이몽을 그려낸 <유리 주의>, 작은 섬에 자리한 카페를 드나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커피 다비드> 등은 막힘없이 읽힌다.

작가는 개인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재난, 사고,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인물들을 그려내면서도 잔혹한 삶을 살아내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춰 삶에 대한 애정어린 시설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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