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발하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항한 7일 최고위원회의 발언에는 날이 바짝 서있었다.
홍 원내대표는 1985년 대우차 사태를 이끌었던 노동자 출신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누구보다 노동계를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지만 최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의 관계는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산출, 근로시간 단축, 광주형 일자리 등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노동 관련 정책 마다 노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부·여당-노동계 간 관계가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와 민주노총 간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부터다.
정부·여당의 주요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여당 의원들을 이끌고 성과를 내야 하는 원내대표로서는 노동계의 목소리에 섬세하게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일관된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야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한국GM 부도사태 등 노동계 현안에 대해 적극 개입하며 중재자 역할을 하던 홍 원내대표가 정부 쪽으로 스탠스를 급격히 옮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홍 원내대표가 노동계의 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유연하지 못한 협상전략 등 본인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노동계의 행태에 대한 홍 원내대표의 가감 없는 비판이 노총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다.
이러다보니 한국GM지부는 GM의 법인 분리 움직임과 관련해 자신들이 위치한 지역구의 의원인 홍 원내대표 대신 옆 지역구이자 노동계와는 거리가 먼 자유한국당의 정유섭 의원과 협력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같은 갈등의 원인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민주노총의 교조적인 태도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있는 리더십 부재를 꼽았다.
홍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그동안 초과근로를 금전으로 보상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쉴 수 있을 때 쉬는, 이미 노동법에 마련된 탄력근로제라는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데 노동계는 반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민주노총과는 계속 대화를 해나가고 있지만 일부 지도부 인사를 설득해도 지역본부별로 여전히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정부 입장만 일방적으로 내세우며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있는 홍 원내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당성근 한국GM지부 교육선전실장은 "민주노총의 경우 전국에 조직이 많다보니 교조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고 시인하면서도 "정유섭 의원이 좋아서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GM의 법인 분리 조치에 대해 한 마디도 발언하지 않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