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100% 지급하자는 한국당, 보편복지로 유턴?

아동수당 상위 10% 배제에서 100%로 선회
당 지도부 “저출산, 복지 영역 뛰어넘은 국가적 문제”
당내 일각, 포퓰리즘 우려…‘선별복지’ 고수

자유한국당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서 약 7조원을 투입하자고 주장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아동수당 신설과정에서 ‘소득 상위 10% 배제안’을 주장했던 한국당이 100% 지급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기존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당의 기조를 바꾼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만 5세까지 월 10만원씩 지급되고 있는 현행 아동수당을 초등학교 6학년‧월 30만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470조 5000억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 중 일자리예산 등에서 20조원을 삭감하는 대신 약 7조원을 저출산 예산에 투입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임산부 30만명 대상 토탈케어카드 200만원 ▲아동수당 초6‧월 30만원 등 확대 ▲출산장려금 20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 9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아동수당에 대해선 기존 ‘선별복지’ 입장을 포기하고, 소득에 관계 없이 지급하는 ‘보편복지’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현행 아동수당은 소득 상위 10%를 배제하는데, 이는 지난해 아동수당 신설 당시 한국당이 관철한 부분이다.

당 지도부는 이같은 정책 전환에 대해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대재앙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심각해 이미 복지영역을 뛰어 넘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기초연금 등 다른 복지 분야 정책은 ‘선별복지’ 노선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4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해 우리 당이 생각하는 마지막 카드가 ‘현금성 지원’”이라며 “이젠 이 문제에 대해 극약처방을 써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보수당이 망했을 때, 진보정당들의 정책들을 흡수한 것처럼 우리 당도 복지 정책에서 언제까지 수세적 대응을 할 순 없다”며 “저출산 문제가 대재앙으로 다가온 마당에 우리가 스스로 그어놓은 복지 프레임에 갇힐 순 없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한국당 김명연 의원도 통화에서 “상임위에서 아동수당을 지적했던 것은 복지남발을 경계하자는 차원에서 한 것이지만, 저출산 문제는 더 큰 층위인 인구정책에 해당한다”며 “선별복지의 노선이 바뀐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가임여성 1명당)은 ▲2015년 1.239명 ▲2016년 1.172명 ▲2017년 1.052명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1.0명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난해 출생률이 전년 대비 10%나 감소하는 등 최근 10년 간 수치 중 최악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서울대에 의뢰해 받은 '위기 진단 보고서'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여성과 복지 이슈’에서 불충분하고 매력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이같은 당의 급격한 선회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복지 확대를 전면에 내건 여당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전략으로서 일부 공감하지만, 보수정당의 근본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제통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통화에서 “복지 영역이 아니라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라서 이해는 하지만 아무래도 찜찜한 부분은 있다”며 “절차상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지도부가 끌고 가는 정책이라서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위 소속 다른 의원도 “원래 아동수당은 우리당도 완전히 반대 입장은 아니었지만, 이번 정책은 의총 등을 통해 모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보편복지 노선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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