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법원은 개인이 양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의무를 부과했을 때 소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소극적 양심 실현의 자유'에 주목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2004년 판례를 변경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에서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가가 그 사람의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법적인 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 단지 소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경우에 국가가 처벌 등 제재를 가함으로써 이행을 강제하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기본권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켜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모습으로 드러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단지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한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에도 이들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이 뒤따르는 병역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란 취지다.
대법원의 이런 판단은 2004년과 큰 차이를 보인다.
당시 대법원은 "헌법상 기본권 행사가 국가공동체에서 다른 사람과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원칙적인 한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심 실현의 자유도 결국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인 자유라고 해야 할 것"이라며 대법관 13명 중 12명이 본질적 침해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당시 이강국 대법관은 "절대적이고 진지한 종교적 양심의 결정에 따라 병역 의무를 거부한 피고인에게 국가의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인 형벌을 준다면 피고인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양심적 병역거부자)과 같은 경우에는 국가 형벌권이 한발 양보함으로써 개인의 양심 자유가 더욱 더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홀로 반대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