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영화 같은 발레, '마타하리'의 매력 속으로

국립발레단 초연 '마타하리', 역사에 이용당한 여성의 비극적 삶 그려

국립발레단 마타하리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극단이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발레 '마타하리'가 베일을 벗었다.

30일 프레스콜에서는 김지영 수석발레리나가 마타하리의 미스테리하면서도 비극적인 삶을 춤으로 연기했다. 마치 한편의 흑백영화를 보는 듯 1차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1900년대 초반 배경을 무대 위에 구현했다.

이 작품은 유럽을 사로잡은 팜므파탈이었지만 끝내는 이중스파이로 몰리며 사형에 처한 실존인물 마타하리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안나 카레니나'에 이어 국립발레단이 시도하는 드라마 발레의 또다른 실험작이다.

마타하리는 여느 발레의 여주인공과는 다른 복층적인 캐릭터이다. 초반에는 시대와 상황에서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고, 관능적인 매력을 어필하지만 후반부 위기에 처할수록 진실한 사랑을 쫓는다.


그녀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끝내고 파리로 건너가 관능적인 춤을 선보이며 유럽 사교계를 사로잡았다. 이중스파이로 알려져있지만 여러 역사적인 기록을 토대로 당대 희생양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이탈리아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는 "그녀가 이중스파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형까지 당해야 했던 것은 프랑스군이 그녀를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프랑스는 연이은 전쟁 패배로 패전의 책임을 떠넘길 대상이 필요했고, 그녀가 희생됐다"고 설명했다.즉 "사회가 그녀를 만들어냈고, 사회가 파괴했다"는 것이다.

작품에서는 단연 마타하리의 아름다운 선을 강조한 춤들이 돋보인다. 마타하리가 유럽 사교계에 데뷔하는 독무는 동양적이면서 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1막에서 1차세계대전 발발을 암시하는 남성들의 군무도 세련되게 표현됐다.

2막에서는 무대가 좀더 비극적인 분위기로 흐른다. 프랑스와 독일에 정보를 제공해던 마타하리가 체포돼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장면은 역사에 이용당한 한 인간의 비극을 느끼게 한다.

이번 공연은 국내 초연인데다,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와 안무이기 때문에 기존 고전발레에 익숙한 관객들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발레 테크닉을 앞세우기 보다는 극적인 요소가 더욱 강조돼 스토리를 쫓아 감상하다보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실존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감정 연기는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국립발레단의 마타하리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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