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결과를 토대로 ‘삼바의 사업보고서 및 감사 보고서 등에 대한 조치안’을 심의한다.
증선위는 앞서 금감원이 삼바의 2015년도 회계처리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보고 제재해야 한다는 조치안을 보고한 데 대해 ‘공시 위반’ 만 분리해 인정하고 이 부분에 대한 제재만 의결했다.
삼바와 합작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설립한 미국 바이오젠이 에피스의 지분을 50%에서 1주 모자란 양을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지 않아 회계처리기준을 ‘명백하고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게 증선위 판단이었다.
하지만 핵심인 삼바의 ‘고의적 회계부정’ 혐의에 대해선 ‘행정처분(제재)을 하려면 2012년부터 2014년의 회계처리에 대해서도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재감리를 금감원에 요구하면서 심의를 미뤘다.
2011년 설립된 삼바는 2014년까지 4년간 연속 적자를 냈으나 2015년엔 1조 9천억 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회계처리를 했다.
이런 흑자는 자회사인 에피스를 회계상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삼바가 보유한 이 회사 지분의 가치를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산정한데 따라 평가 이익이 크게 나온 데 따른 것이었다.
이 때 삼바는 보유한 에피스 지분의 공정가치(평가 당시 시장가격을 적용한 가치)를 4조 8천억 원으로 회계처리했다. 당시 에피스 지분의 장부가액이 3천억 원이어서 공정가치와 장부가액의 차이인 4조 5천억 원이 ‘종속회사 주식 처분 이익’으로 삼바의 회계장부에 잡혔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삼바가 2015년에 이 자회사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갑자기' 바꿀 이유가 없었다고 보고 이를 '고의적인 회계부정'(분식 회계)으로 판단했다.
삼바측은 2015년 7월에 바이오젠 측에서 콜옵션 행사 의향을 밝혀 왔기 때문에 ‘지배력 변화’가 예상되는데 따라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삼바측의 이 주장에 대해선 바이오젠이 삼바측의 요청에 따라 콜옵션 행사 의향을 밝힌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금감원이 이 부분에 대해 그동안의 특별감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감리 결과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삼바가 2012년부터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봤어도 ‘지배력 변화가 있을 때’ 회계처리를 바꾸는 건데 변화가 없었다면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 게 문제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윤 원장은 "저희 문제 제기는 지배력 변경이 없었는데도 그걸 공정가치(평가 당시 시장가격)로 바꿔 평가했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그런 식으로 평가를 바꾸는 게 잘못됐다는 걸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그러면서 재감리 결과와 관련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회계처리에서도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봐야 한다는 증선위 시각은 받아들였으나 "처음에 저희가 문제 삼은 부분과 지금 재감리해서 올라가는 부분이 큰 부분에서는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감리 결과에서도 금감원은 삼바의 회계처리가 ‘부정(고의적 분식회계)’이라고 보는 입장은 같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30일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제2차 Q&A’에서 삼바가 에피스를 처음엔 종속회사로 착각해 회계처리를 하다 뒤늦게 관계회사로 인식했다면 기존 장부를 소급해 정정하면서 ‘지분법’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분법’은 회계처리 방식의 하나로 피투자회사의 순자산가액 변동만을 반영하며 평가 당시의 시장가격을 적용해 산출하는 ‘공정가치’는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렇게 회계처리의 오류를 정정하더라도 삼바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에 대해선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없다고 경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경제금융센터는 “삼바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고의로 누락한 뒤 2015년에 가공의 지배력 변경 사유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2015년에 지배력 판단을 변경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삼바는 어떤 경우에도 4조 5천억 원의 이익을 장부에 계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삼바의 회계부정 혐의는 2015년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시민단체나 비판적 금융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삼성물산에 비해 떨어져 합병에 어려움을 겪자 제일모직이 대주주인 삼바의 기업가치를 ‘고의로’ 부풀려 결과적으로 제일모직의 가치도 올렸다는 시각이다.
김경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삼바의 분식회계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범법행위”라면서 “국민들의 재벌개혁 요구에 부응해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증선위에서 삼바의 ‘고의적 회계부정’이 인정될 경우 파장이 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