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영애(국가인권위 위원장)
◆ 최영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조금 늦었지만 취임 축하드립니다.
◆ 최영애> 감사합니다.
◇ 김현정> 비법률가 출신의 여성. 이런 분이 인권위원장 되신 게 처음이잖아요.
◆ 최영애> 네.
◇ 김현정> 소감이 어떠세요?
◆ 최영애> 8대 인권위원장이 된 거예요, 제가. 그런데 그동안 다 남성이었고 법조인이었고 이런 거여서 그것만큼이나 제가 갖는 무게감, 그리고 책무감, 이거는 사실 굉장히 중하죠. 그런데 저는 늘 우리가 이것이 아직도 낯선 사회에 있구나. 이런 생각을 다시 합니다, 사실은.
◇ 김현정> 역으로 돌이켜보면 그러네요, 진짜. 아직도 비법률가고 여성이 장에 오른다는 사실이 이게 뉴스가 되는구나.
◆ 최영애>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러네요.
◆ 최영애> 그러니까 남성적 영역이라고 되어졌던 어떤 영역에서 여성들이 수장이 되는 경우들이 꽤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생소하고 여전히 그런 사회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정말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요. 그런데 굉장히 민감할 때 어려운 시기에 인권위원장 되셨어요.
◆ 최영애> 네.
◇ 김현정> 그렇죠. 우리 사회의 혐오라는 이슈가 굉장히 대두돼 있고 인권 이야기하면 “아휴,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인권” 이런 얘기가 나오는.
◆ 최영애> 그렇죠.
◇ 김현정> 이럴 때 인권위원장이 되셔서 어깨가 무거우세요.
◆ 최영애> 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 인권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저는 역으로 이런 생각도 좀 해요. 이게 너무 인권이 우리 사회에서는 추상화된 궐기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거를 가까이에서 나의 일상적 삶 속에서 나타나게 하는 것. 이게 제가 가지고 있는 임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우리 삶 속에서의 인권 문제를 찾아서 그 이슈를 해결해 보자. 그래서 첫 일성이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겠다, 이러셨어요.
◆ 최영애>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맞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우리 사회에 혐오가 만연해 있습니다. 여성 혐오, 남성 혐오, 난민 혐오, 노인 혐오. 뭐 너무 많아요.
◆ 최영애> 맞아요.
◇ 김현정> 그 혐오들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다, 가장 심각하다 생각하시는 건 어떤 혐오?
◆ 최영애> 어느 혐오도 심각하지 않은 것은 없다, 저는 그렇게 보는데. 한국 사회에서 지금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이 여성에 대한 혐오 그리고 우리가 난민을 그렇게 우리 사회 문제로 이렇게 접한 거는 얼마 되지 않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김현정> 여혐, 남혐, 난민 혐오. 이런 새로운 유형의 혐오. 그러니까 사실은 장애인에 대한 혐오. 이런 혐오들은 많았어요, 과거부터.
◆ 최영애>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여혐, 남혐, 난민혐. 이런 새로운 혐오들을 초반에 잡지 않으면, 초반에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가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할, 치러야 할 값이 굉장히 커질 것이다.
◆ 최영애> 네, 그거는 국내적으로만 우리가 사회적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고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을 잡을 수가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위원장님 그러셨잖아요. 초반에 바로잡지 않으면 이 혐오 문제는 사회적으로 치러야 될 값이 굉장히 커질 거다. 그런데 난민 수용에 대해 반대하시는 분들은 난민법 폐지하자, 이러시는 분들의 주장은 바로 그 지점이에요. 지금 초반에 난민들을 들어오는 걸 막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될 값이 굉장히 클 거다. 그들이 들어와서 범죄 저지를 거고 지금 유럽 사회 봐라. 막 무분별하게 난민들이 들어와서 지금 정신없지 않느냐,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 때문에. 이런 얘기하시는데요.
◆ 최영애> 그러시죠. 뭐 우려하실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팩트를 중심으로 우리가 우려를 하고 있는가 이런 것이죠. 실제로 한국 사회는 난민 인정을 요청한 사람들이 1만 명쯤 있으면 거기에서 한 900명 정도만 난민으로 인정을 했거든요. 그래서 난민에 대해서 협약에 가입한 나라들 중에서 180개국에서 139위. 굉장히 낮은 곳이에요. 그래서 막 받아들이거나 이런 상황이 지금 아닌 것.
◇ 김현정> 막 받아들이는 상황이 아니고. 또 지금 우리가 아예 받지 말자. 우리 거기 협약에서 탈퇴해 버리자라고 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 외교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한 일입니까? 어려운 일입니까?
◆ 최영애> 그렇죠. 이거는 사실은 지금 그냥 막 들어오는 난민이 아니라 어떤 사회의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옮기는 거거든요, 기아든. 이거는 그러한 것을 나눠 지자라는 것이 하나의 약속처럼 우리가 움직이고 있는 세계가 됐거든요. 그런 지점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우리도 사실 난민이었을 때가 많아요. 일본에 가서 그리고 미국에 가서도 난민의 지위하고 거의 비슷한 형태로 살았던 이런 때가 많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난민이 될지도 모르는 거고, 사실 장담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게 내 얘기가 될 수 있는 거고. 우리는 세계가 어우러져 사는 건데 우리만 거기서 똑 떨어져서 산다는 건 사실상 굉장히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지금 그 말씀하시는 거예요.
◆ 최영애> 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난민에 대한, 난민 혐오에 대한 얘기 먼저 풀어 봤고요. 또 하나는 아까 말씀하신 여성 혐오, 남성 혐오. 남녀 갈등 문제. 예를 들어서 일베라든지 워마드라든지 이런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해서 남혐, 여혐 현상이 퍼지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치유해야 됩니까? 어떻게 극복해야 됩니까, 위원장님?
◆ 최영애> 저는 우리가 봇물이 터질 때는 이게 터지는 줄기가 막 옆으로도 가고 앞으로도 가고 뭐 이렇게 여러 갈래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거는 막혀 있었던 것들이 터져 나올 때, 그리고 어떤 출구가 없을 때, 이것이 그렇게 막 쏟아지는. 그리고 방식이 여러 가지 어떨 때 사회적으로는 이게 너무 과한 거 아니냐, 이제 이런 비판. 그렇게 바라볼 수 있지만 줄기를 잡아갈 거라고 보고요.
◇ 김현정> 자정 작용을 우리 사회 안에서 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 최영애> 네,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혐오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왜 이렇게 나오게 됐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 이런 것을 드러내주고 이야기해 주고 방향을 잡아가 주는 것. 이게 인권위가 할 몫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사실은 여러분, 최영애 위원장이 우리나라에서 성폭력, 성희롱 이런 말이 일반화되기 훨씬 전에 한국 최초로 한국 성폭력 상담소. 그러니까 이게 한국 최초의 성폭력 전담 기관인 거죠, 위원장님?
◆ 최영애>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거 설립하신 분이세요. 누구보다도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아주 조예가 깊은 분인데, 그래서 질문 드리고 싶은 게 최근에 리벤지 포르노라고 불리는 거 보복성 동영상 범죄가 심각합니다. 사실은 버튼을 그냥 누르는 순간 평생을 괴롭히는 이런 고통이 되는 건데. 이게 마치 일반 범죄처럼 수사가 되고 있다. 해서 법무부 장관도 리벤지 포르노에 대해서 최고형을 내리겠다. 물론 그 범죄의 범위 안에서. 최고형을 내리겠다. 이런 말씀도 최근에 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 최영애> 저는 일단 환영입니다. 보복형 동영상 이런 거를 유포를 했을 때 이제까지는 너무 가볍게 생각해 왔다. 음란 전화라고 지금은 처벌을 하는 것이 옛날에는 장난전화라고 돼 있었어요. 그래서 장난전화니까 장난이잖아요. 그래서 이게 처벌도 가볍게. 그러나 이거는 매우 중요한 범죄였거든요.
◇ 김현정> 물론이죠.
◆ 최영애> 그래서 이 변화, 인식의 변화. 저는 우리가 굉장히 쉽게 생각했거나 아니면 범죄에 넣지 않았던 인권의 영역들이 이제 인권으로 편입되고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리벤지 포르노 관련해서도 유포되기 전에 그냥 협박만 할 때도 그 협박범을 구속해야 되지 않느냐. 사실 일반 범죄라면 구속 못 하거든요.
◇ 김현정> 유포하려고 협박만 해도 일신 구속을 해야 된다. 왜냐하면 버튼 눌러버리는 순간 끝이니까요. 이거 주워 담을 수 없으니까요. 이렇게 특별하게 특별법을 적용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최영애> 저는 일리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이 경우는 사실 순간의 어떠한 것으로 이게 갈지 우리가 예상하기가 어렵고, 이런 정도로 협박하는 거면 굉장히 죄질이 나쁘다고 봐야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거는 구속 수사를 하겠다 하는 것은 어떤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저는 법무장관님이 그렇게 강하게 말씀을 해 주셔서 반가웠습니다, 사실은.
◇ 김현정> 그런데 법무부 장관께서 말씀하신 거는 최고형을 말씀하신 거지 구체적으로 유포, 협박만 해도 내가 사진 가지고 있다, 동영상 가지고 있다. 협박만 해도 구속할 수 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강력하게 인권위 차원에서 주문하실, 요청할 생각도 있으십니까?
◆ 최영애> 그거는 좀 더 검토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게 구속 수사라고 하는 것이 또 인권의 문제하고 굉장히 밀접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리고 어느 것이 정말 가장 실효적일까. 그거는 검토를 해 볼 생각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참 지금 이야기 나누면서도 진짜 어려운 짐 지셨구나. 저는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최영애> 진짜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진짜, 진짜 그렇죠? 이게 참 답이...
◆ 최영애> 네. 그리고 한국 사회가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굉장히 높아졌거든요. 그리고 그 기대치도 높아지고 요구도 굉장히 섬세하고 높아졌어요. 그래서 여기에 부응하는. 그리고 이거는 차별의 문제도 그렇고 혐오의 문제도 그렇고. 이게 집단이 있는 거죠. 혐오를 받는 집단, 하는 집단, 차별을 하는 집단, 받는 집단. 이 관계 속에서 정말 어떻게 이걸 잘 다른 방향으로 그리고 무엇이 우리가 함께 가면서 가져가야 되는 가치인가. 이거 굉장히 어려워요.
◇ 김현정> 어렵습니다. 참 어려운 때 인권위원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이제 사회의 그 혐오들, 차별들, 여러 가지 문제들, 갈등을 풀어나가셔야 돼요. 건강 관리 잘하시고요, 위원장님.
◆ 최영애>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좋은 해법을 찾아서 잘 풀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영애>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국가인권위원회 신임 위원장입니다. 최영애 위원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