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보호법' 시작부터 반쪽 우려 나오는 이유

원청이 하청·협력업체까지 보호할 의무는 없어…사각지대 있어
"백화점 입사 과정도 거치지만 백화점 보호는 받지 못해"
"현재로선 원청 사업주의 선의에 기대야…재개정안 필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하청·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은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호법 개정안)은 고객을 직접 대면 또는 통신 등으로 상대하는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생기면 사업주가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사업주의 감정근로자에 대한 조치가 미흡할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사업주의 파견·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보호 의무가 포함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감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 임금 노동자 1만8천여명 중 31~41%에 해당하는 560만~740만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하청·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감정노동자는 전체의 20%가 넘을 것이라는 게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측의 추산이다.

현장에서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 입점해 있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LVMH 전하영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협력업체 직원이지만 백화점에도 모두 면접을 보고 입사한다"며 "백화점 교육과 매출관리, 직원관리를 백화점 직원들과 똑같이 하면서도 보호받을 의무에서는 제외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언과 폭행 같은 고객들의 '갑질' 상황에서 원청은 제3자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 위원장은 "지난 7월 한 백화점에서 화장품 브랜드 직원이 폭행을 당했지만 원청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며 "고객이 소리를 지르고 폭행을 해도 적극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은 법 시행 후에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원청업체에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에 나설 것을 권고한 상태다.

하지만 사업주의 선의에 기대는 것에 한계가 있어,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이성종 집행위원장은 "법을 이행하는 당사자인 사업주들이 자기 사업장에서 일하는 전체 감정노동자들을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보호한다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부적인 기준을 정하고 사업주가 이행할 수 있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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