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원들은 부안군청 공무원들이 불법 파묘와 굴취 허가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하고 나섰다.
종중원 A씨 등 10여 명은 지난 17일 기자와 만나 "종중 집행부가 불법 납골묘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선산에 심긴 소나무 수십 그루를 팔아 치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종중회장 B씨 등 집행부가 조상 묘 50여 기를 불법 파묘하는 과정에서 소나무 27그루를 무단 굴취하고, 선산에 심긴 소나무 24그루의 굴취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도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 행사 등 탈법을 일삼았다는 취지다.
B씨는 이 과정에서 '지난 6월 26일 종중 위원회를 소집했고, 임원과 위원 7명이 회의에 참석했다'며 군에 회의록과 종중 임원·위원 명단을 제출했다.
A씨 등은 "회장 B씨는 종중 규약에 따라 위원회를 소집, 종중원들의 뜻을 취합해 결정했다고 허위 신고해 군의 허가를 받아냈다"며 "B씨가 군에 제출한 종중 위원회 회의록과 임원·위원 명단은 상당 부분이 조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올린 7명 중 상당수는 임원도 위원도 아닌 일반 종중원이고, 심지어 회의는 열리지 않은 채 회의록만 만들어졌다"며 "공무원들이 관련 사실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졸속 행정으로 사안을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산림경영과 관계자는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모두에게 전화를 돌려 회의가 실제 열렸는지, 직접 참석했는지, 소나무 굴취 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등을 재확인했고, 그 결과 제출된 서류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허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의 해명과 달리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종중원 일부는 회의에 참석한 적도 없고, 굴취 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종중원 C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장 B씨가 별안간 전화를 걸어 '종중 일을 하나 추진하려 하니 도장을 넘겨달라. 없으면 내가 대신 도장을 만들어서 회의록에 찍겠다'고 했다"며 "B씨가 회의를 소집한 적도 없고, 나 역시 회의에 참석한 적은 없다"고 못박았다.
종중원 D씨도 "지병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상태라 고향까지 쉽게 내려갈 여건이 안 된다"며 "'납골묘 설치 등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고 해서 그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소나무 굴취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보탰다.
해당 종중원들과 부안군 공무원 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불법 파묘 의혹이 불거진 당시 부안군 공무원 E씨는 한 종중원과의 통화에서 '내가 회장 B씨 자녀와 친분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종중원들의 공분을 샀다.
부안군은 E씨를 상대로 민원처리를 고의로 지연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조만간 징계 수위도 결정할 예정이다.
A씨 등 종중원들이 부안군청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한편 회장 B씨는 "6월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임원이나 위원이 아닌 사람을 참석자 명단에 올린 것은 마을에 있는 종중원들 모두가 임원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 그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