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 눈물섞인 호소에…고개 끄덕인 文

강정마을 회장, 울먹이며 "이제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
착잡한 표정 문대통령, 유감 표하고 사면복권 적극 검토 약속
예정됐던 1시간 넘겨 1시간 19분 동안 간담회 이어져

문재인 대통령이 해군기지 문제로 10년 넘게 갈등을 겪어온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어려움을 경청했다.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 찬반으로 나뉘어 비롯된 아픔을 이제는 끝내고 싶다고 절절하게 호소했고 문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태도로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열린 '2018 국제 관함식'에 참석, 행사를 마치고 난 뒤 강정마을 주민과의 간담회 자리가 마련된 마을 커뮤니티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해소하고 복합 문화·복지 서비스 제공으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고자, 지역발전 사업계획으로 건립한 공간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제주지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위성곤 의원,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 등과 함께 도착해 간담회를 시작했다.

먼저 환영사를 하려고 마이크를 잡은 강희봉 회장은 "지난 10여년 간 공동체 파괴의 갈등과 고통을, 오늘 대통령님의 강정마을 방문을 계기로 모두 잊고 이제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설움이 북받친 듯 울먹인 강 회장은 "지역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서 다시 한번 "이제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그간 해군기지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주민들이 갈등을 이어온 이야기를 전하면서 특히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다가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된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 회장은 "강정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400년 마을 역사 속에 키워 온 화합과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다시 꽃피우려면 사면복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야기를 들은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 회장은 "이렇게 많은 귀한 손님들이 저희 마을을 찾아주신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큰 영광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에 이어 인사말을 한 문 대통령은 착잡한 표정을 지은 채 마이크를 잡고도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정말 야단 많이 맞을 각오를 하고 왔는데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며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을 뵈니 정말 감회가 깊고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 해도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이 언급한 사면복권과 관련해 "사건의 재판 결과가 모두 확정되는 대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해 주민들의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마을 주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공동체가 회복돼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살아날 것"이라며 "정부는 믿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주민 여러분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후 4시 34분에 시작된 간담회는 애초 한 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과 주민들 사이에 대화가 적잖이 오가면서 이보다 길어진 1시간 19분 동안 이어졌다.

간담회가 열린 강정마을에는 '대통령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렸으나 한편에는 '관함식을 한다면서 통일을 말하느냐'라고 쓰인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강정마을 입구에서 관함식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자 이를 통제하는 경찰력이 배치됐고 간담회가 열린 커뮤니티센터에서는 시위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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