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의 핵심 인물인 두 사람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안정적인 미중 관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최근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 철회와 ‘하나의 중국’ 준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 등 중국 매체들은 왕이 국무위원이 8일 방중한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미국은 끊임없이 중미 무역마찰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타이완(臺灣)문제 등에 관해서 중국 권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왕 국무위원은 무역전쟁과 타이완 문제 외에도 미국이 중국 국내·외 정책에 대해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다며 "이는 양자 간 상호신뢰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중미관계의 전망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양국민의 이익에도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미는 협력과 공영의 올바른 길을 걸어야 하고, 충돌과 대립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잘못된 행위를 즉시 멈추기를 중국은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방문한 목적을 부각시키며 "이는 양대 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양국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런 종류의 협력은 반드시 건강하고 안정적인 양자관계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미중관계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은 상호존중, 상호 관심사 배려라는 기초 위에서 중국의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상호존중’에 거듭 무게를 실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매우 많은 문제에서 명확한 분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중국의 발전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봉쇄할 생각도 없고, 전면적으로 중국을 억제하려는 정책도 펴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국무위원에 이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도 "미국이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주는 행동을 멈추기를 촉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미 양국은 대국으로서 협력만이 서로 공영의 길"이라며 "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분쟁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중미관계를 정확한 궤도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왕이 국무위원과 양제츠 정치국원을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에 대한 공동의 결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중은 대북 압박 작전에 통일된 상태를 유지하며, 북한이 신속히 비핵화한다면 북한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건설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양자 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남중국해와 인권을 포함해 미·중이 동의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 직접 언급했으며, 양안 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