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공무원을 희망하던 A씨가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채용 신체조건 중 '사지가 완전한 자'라는 기준으로 인해 채용에서 배제된 것은 차별이라며, 응시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왼손 약지가 없는 A씨는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채용 신체조건 중 '사지가 완전한 자'라는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신이 채용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직접 문의를 했다. 그 결과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응시를 포기한 뒤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은 "경찰의 업무 특성상 손가락 등 사지가 완전하지 못하면 총기나 장비를 사용해 범인을 체포할 때 지장이 있거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바다에서의 구조 작업이나 불법선박에 대한 범죄단속 등은 위험한 일이 많아 손가락이 하나 없으면 파지력과 악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경찰이 직무를 수행하려면 일정한 신체적 기준과 체력이 기본이 돼야 하지만, 약지는 총기나 장비 사용에 관련성이 적고 손가락이 완전한 사람이라도 파지력과 악력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업무에 필요한 능력은 체력검사를 통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인권위는 "미국이나 영국은 채용 공고 단계에서 직무와 관련된 최소한의 시력과 청력 등의 기준만 제시하고, 신체·체력조건이 직무에 적합한지는 심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측정한다"며 "우리나라 경찰공무원 채용조건은 외형적인 신체결손이나 변형이 있으면 무조건 직무 수행에 기능적 제한을 가질 수 있다고 단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토대로 인권위는 '사지의 완전성'이라는 외형적 신체기준을 응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미미한 결손이나 변형을 가진 자의 응시 기회 자체를 원천차단한 차별행위로 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