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탱크 폭발 화재, 초기 대응 실패로 피해 확산

불 나자 진화 폼 90분 동안 6천ℓ 쏟아냈지만 역부족
스프링클러, 폭발 대형 화재 못 잡는 한계 드러내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휘발유 저장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소방당국이 소방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펑"

7일 오전 10시 54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한 저유소 휘발유 탱크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

폭발음은 700m 떨어진 아파트단지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이날 주말 근무 중이던 직원 6명은 곧바로 폐쇄회로(CC)TV를 통해 14기 중 1기의 옥외 저장 탱크에서 불이 난 사실을 확인했다.

지름 28m, 높이 8.5m의 탱크에는 무려 440만ℓ의 휘발유가 저장돼 있었다.

직원들은 곧바로 3중으로 된 스프링클러를 가동하고 소방서에 신고했다. 탱크 안과 밖, 그 주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동시에 작동돼 진화 폼(foam)를 뿌렸다.

휘발유 진화 작업의 특성상 물이 들어가면 폭발 현상이 일 수 있어 특수 형태인 진화폼을 사용하게 된다.

자체 소방설비에도 상황은 심각해졌다. 소방당국도 관할 소방서만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넘어 인근 소방서가 모두 출동하는 2단계를 발령했다.



불은 40여 분 만인 오전 11시 40분쯤 소강상태를 보였다. 다행히 직원 사무실과 주택가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인명 피해도 없었다.

그런데 정오쯤 굉음과 함께 2차 폭발이 일어났다. 서울 한강 이남 지역 등 먼 거리에서 관찰될 정도로 굵은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스프링클러는 1시간 30분 동안 6천ℓ의 폼을 모두 쏟아냈지만, 진화에는 실패했다.

대한송유관공사의 한 관계자는 "탱크 안과 밖의 스프링클러는 작은 불 밖에 잡을 수 없다"며 "이번처럼 폭발로 인한 대형 화재는 늦추는 역할만 한다"고 설명했다.


오후 1시 2분, 소방당국은 출동 가능한 모든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하는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경기와 서울, 인천 등에서 장비 205대와 소방인력 684명이 동원됐다.

그러나 불의 열기가 심해 소방관들도 100m까지만 접근할 수 있었다.

소방당국은 진화 폼과 소방헬기를 통해 주변 탱크로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탱크 아래에 설치된 배관을 통해 남은 휘발유를 빼내는 작업을 병행했다.

불이 확산될 경우 대형 사고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14기의 저유소 탱크에는 무려 7416만 5천ℓ의 휘발유가 저장돼 있었다.

다행히 대한송유관공사는 오후 2시 20분쯤 불이 번질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탱크는 또 60cm 두께의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었다.

불은 남은 휘발유를 모두 태우거나 빼내야 꺼진다. 오후 5시쯤, 유류 특성상 폭발할 위험성에 대비하며 휘발유 440만ℓ 중 130만ℓ를 빼냈다.

오후 8시에는 260만ℓ를 빼내 180ℓ가 남았다. 유류 탱크 높이 8.4m 중 2.6m가 남은 상황. 불은 시간당 40만~50ℓ가 연소됐다.

불은 오후 11시쯤 완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화재 진압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기름이 줄어드는 속도가 일정치 않고, 강한 열기 탓에 유류 화재용 소화액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휘발유 저장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소방당국이 소방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약 16시간 만인 8일 오전 2시 46분쯤 유류 화재용 폼액 등을 투입해 불을 질식 진압시키는 방법으로 초기 진화에 성공하고 대응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잔화 정리에 들어간 소방당국은 오전 3시 58분 불을 모두 끄고 대응 1단계 또한 해제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소방당국 등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이는 한편, 대한송유관공사의 과실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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