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리-킴 바홀라 부부 "작품에 함께 참여? 단점은요…"

[노컷 인터뷰] 서울시향 오페레타 '캔디드' … 마이클리 - 킴 바홀라 부부

마이클 리 - 킴 바홀라 부부. (사진=서울시향 제공)
미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겸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이사 강은경)이 한국에서 초연하는 오페레타 '캔디드'에는 특별한 인연의 주인공이 참여한다.

바로 마이클 리-킴 바홀라 부부이다. 마이클 리는 내레이터이자 스토리텔러로 출연해 노래 없이 극을 이끌 예정이다. 킴 바홀라는 공연의 리허설 코치를 맡았다.

28일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연습동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부부는 서울시향과 작업하는 것에 대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영광이다"고 밝혔다. 마이클 리는 주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기에, 교향악단과 공연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다. 킴 바홀라도 뮤지컬 배우로 시작해 브로드웨이에서 연출로 활동했다.

부부가 한 작품에 함께 참여하는 것에 대한 장단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부부는 크게 웃었다. 킴 바홀라는 "마이클 리라는 배우에 대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떤 생각으로 무대 위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다"며 "캐릭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고 밝혔다.

이에 마이클 리는 "아내는 내 모든 공연의 개인 연출이나 다름없다"며 "공연을 보고 내게 지도나 충고를 가장 많이 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같이 사니까, 그 충고가 끝이 없다. 집에서도 계속 '왜 이랬냐'고 물어서 좀 힘들다. 이건 농담이다"며 미소 지었다.

마이클 리 - 킴 바홀라 부부. (사진=서울시향 제공)
'캔디드'는 우리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작품이다. '캔디드' 서곡이 교향악단 공연의 시작이나 앙코르로 자주 연주되기에, 제목을 몰라도 들어보면 '아, 이 노래'라고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극 전체가 공연된 적은 없다.

번스타인의 '캔디드'는 뮤지컬과 오페라, 오페레타 등 무엇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중간적인 성격을 띤다. 정통 클래식부터 성가의 12음렬, 왈츠에서 탱고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장르로서의 색다른 매력도 있지만, 킴 바홀라는 '캔디드'의 더 큰 매력으로 풍자와 유머를 꼽았다. '캔디드'는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이자 문학자인 볼테르의 풍자소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1759)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순진하고도 낙천적인 주인공 캔디드가 세계 곳곳을 방랑하며 겪은 내용들을 풍자적으로 담고 있다. 긴 여정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 재난과 전쟁 등 온갖 역경을 거치면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킴 바홀라는 "나쁜 일이 있어도 모든 게 신의 계획이고, 신은 선하다는 당시의 만연한 낙관주의를 볼테르는 비판하고 풍자하고자 했다"며, "오페레타 '캔디드'는 극의 코미디를 강화하기 위해 캐릭터 성격이나 가사를 과장해 관객을 웃기려 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리 - 킴 바홀라 부부. (사진=서울시향 제공)
번스타인은 38세인 1956년 브로드웨이에서 '캔디드'를 초연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두 차례 개정을 거듭해 '캔디드'를 완성했고, 지금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됐다. 서울시향은 가넷 브루스 연출로 2015년 볼티모어 심포니가 연주한 버전을 이번에 선보인다.

국내에 영어 오페라 연주가 드물고 대부분의 성악가가 연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영어 발음과 연기는 필수로 꼽힌다. 리허설 연출을 맡은 킴 바홀라가 조역으로 오르는 5명의 한국의 젊은 성악가(김지유(소프라노), 김혜원(메조 소프라노), 송준(테너), 위정민(테너), 이수홍(바리톤))들의 발음과 연기를 지도 중이다.

그는 한국인 성악가들에 대해 "억양과 발음 중심으로 지도하고 있는데, 다들 습득이 빠르고 열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그밖에도 서울시향 수석 객원지휘자인 티에리 피셔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프로덕션(소품 및 연출)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 한국만의 프러덕션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조력자 역할도 하고 있다

'캔디드'에는 2017년 그래미상 수상자인 메조소프라노 빅토리아 리벤구드를 비롯해 테너 조너선 존슨, 소프라노 로렌 스누퍼, 바리톤 휴 러셀 등 미국의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마이클 리 - 킴 바홀라 부부. (사진=서울시향 제공)
내레이터 역할을 맡은 마이클 리는 주인공 역이 아닌 점에 대해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사실 내레이션을 전부 한국어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 나는 한국어 발음이 좋지 않아 참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도 생각했는데 주역이 전부 영어를 쓰는 상황에서 내레이터만 한국어를 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고, 조금은 익숙한 얼굴의 내가 내레이터를 맡는 것도 관객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겠다 싶어 수락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이 작품이 한국어로만 공연되기를 희망한다. 그 정도로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품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오페레타라는 작품의 모호한 장르 때문에 뮤지컬 혹은 오페라 팬들이 낯설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킴 바홀라는 "번스타인이 시도했던 가스펠, 탱고 등 여러 장르 음악을 한 작품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당시에는 특이했지만 현대 뮤지컬에서는 캐릭터의 관점이나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며 "번스타인이 현대에 영향을 준 만큼 이 작품도 쉽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공연은 10월 12일과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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