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해' 위해 '이혼·정신병력'까지 수집한 삼성

'위험인력' 파악하고 1:1요원 붙여 밀착감시 및 회유
노조 적개심 심기 위해 역할극 꾸미기도

김수현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삼성 노조와해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삼성이 '노조와해'를 위해 직원들의 임신·정신병력·이혼 등 민감정보까지 수집해가며 관리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수현 부장검사)는 2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노조 설립을 저지하는 일명 '그린화 작업'을 실시하며 협력업체를 통해 노동조합원들 몰래 해당 직원들의 이혼여부·재산상태·임신유무·정신병력 등을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확보한 '삼성 내 위험인력 관련사항 파악문건'을 보면 삼성은 특정 직원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전처에게 문제가 있어 이혼을 함', '(노조)주동자를 추종함)', '매사에 업무적 불만이 많음'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삼성은 또 해당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Angel요원'을 파견해 이들에게 노조탈퇴를 지속적으로 종용·회유하기도 했다. Angel요원은 '문제직원'을 밀착감시하기 위해 파견되는 인원들을 가리키며, 노조원들과 친분 있는 직원들이 뽑힌다.

직원들의 노조탈퇴는 위해 삼성 측은 역할극(Role-play)까지 꾸미는 등 체계적으로 노조와해 작전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생길 무렵, 삼성전자서비스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과 함께 협력업체 대표들을 상대로 강의를 열었다.

해당 강의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조합원 명부 제출 등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거나 단체교섭에 불응하는 방법 등을 지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삼성 측은 2013년 7월 전국 협력업체 사장들을 경기도 소재 콘도로 불러모아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역할극을 시키기도 했다.

삼성 측은 경총 관계자들을 노조원을 분장한 뒤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생수병을 던지거나 책상을 발로 차고 욕설을 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지시해 노조에 대한 반감과 왜곡된 인식을 심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직원들에 대한 이러한 감시·관리 배경엔 노조설립을 '바이러스', '사고' 등으로 보는 삼성의 시각이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전략실(미전실) 주관으로 작성된 '2013년 노사전략 문건'에 따르면 이러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삼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위해 만들어진 해당 문건에 따르면 '외부환경이 바뀌고 어떠한 악성노조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임직원들이 흔들림 없도록 非노조 DNA를 확실하게 체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문건에는 그룹 차원에서 노조와해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단계별로 와해 방법을 동원하는 등 '백화점식' 공작을 펼쳐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문건에 드러난 수법에는 △노조원 밀착감시(일명, '심성관리') △거액의 금품지급을 미끼로 노조탈퇴 유도 △고소·고발로 압박하기 △노노갈등 유발 등 다양한 방식이 망라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이) 노무관리라는 명목으로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인 노조와해 공작으로 조합원 2명이 자살에 이르렀다"며 "조합원들이 실업과 낮은 임금인상 등으로 막대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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