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의 <조은정의 '뉴라밸'>
조 기자. 반갑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 연휴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연휴를 끝내고 일상에 복귀하는 아침이네요. 오늘은 또 어떤 문화가 소식 가져오셨나요?
◆ 조은정 > 네 날씨도 아주 좋은 이 계절이 공연계에서는 1년 중에 가장 바쁜 기간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공연 얘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혹시 '혼공족' 들어보셨나요?
◇ 임미현 > 혼공족? 혼밥족 비슷하게 혼자 공연보는 사람들 얘기하는건가요?
◆ 조은정 > 네 맞습니다. 혼자 공연을 즐긴다고 해서 혼공족인데요. 제 코너 제목이 워라밸에서 따왔잖아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 흐름에 맞춰서 혼공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혹시 혼자 공연보러 간적 있으세요?
◇ 임미현 > 아. 저는 혼자 영화는 봤어도 아직 공연은 혼자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 조은정 > 혼공족들은 통계적으로 봤을때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예전부터 뮤지컬이나 클래식 음악같은 장르에는 매니아들이 있어서 방해받지 않기 위해 또는 다양한 캐스팅을 보기 위해서 혼자 공연을 즐기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요. 이제는 일반적으로도 혼자 공연을 많이 보러가는 추세입니다.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의 통계를 보면요. 1인 티켓 구매 비율은 2012년 25%에 불과했는데요. 2015년 45%, 2017년 49%로 몇년 사이에 두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 조은정 > 네. 그래서 직접 혼공족들을 만나서 혼자 보는 공연의 장점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공연이 끝난 뒤에 만난 이명은(35 경기도 용인)씨와 심정현(30 서울시 관악구)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저는 자주 혼자 봐요. 제일 큰 장점은 공연을 보는 날짜와 캐스팅을 논의없이 결정할 수 있는 거예요. 뮤지컬의 경우 한 배역에 여러 캐스팅이 있는데 친구와 맞추다보면 캐스팅과 날짜를 조합해서 맞추기 힘들거든요. 혼자보면 바로 결정하면 되니까 인기공연인 경우에는 좀더 표를 구할 확률이 높구요. 특히 제가 오페라랑 발레를 좋아하는데 주변에서 같은 취향의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있어요"
"가격대도 같이 보면 신경이 쓰이는데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보고싶은 공연은 언제든지 내가 보고 예약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장점 같아요. 같이 보는 공연은 같이 보는대로 재미와 감동이 있는데 혼자 보는 공연은 저 스스로의 감상과 문화자본을 쌓아가는 것이 있는 거죠.
◇ 임미현 > 그렇네요. 친구나 가족들과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으니까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혼공족들은 예약이 편하겠네요.
"가족할인이나 3~4인 할인은 많은데 요즘 1인 공연 할인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좀 더 늘었으면 좋겠구요. 자리 배치도 가능하다면 좀 배려했으면 좋겠어요. 한번은 요즘 회식으로 공연을 많이 보는데 회사원들 한가운데 껴서 공연을 본 적이 있거든요"
◇ 임미현 > 혼공족이 대세가 되면 공연 문화도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 조은정 > 네. 공연계는 혼공족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어떻게 공연 문화를 확대, 발전시켜나갈까 아직은 구상 중에 있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의 양준혁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공연 시장이 확장되면서 재미를 찾는 분들도 많으시고, 캐스팅이 다르다보니까 각 캐스팅의 재미를 찾기 위해 점점 혼자, 여러번 보는 관객분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저희도 공연을 많이 즐겁게 보실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나 정책적인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연계는 혼공족들 뿐 아니라요. 제가 이름을 붙여보자면 '평공족'들. 즉, 평일에 혼자 공연을 보는 관람객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 52시간이 300인 이상 사업자에서는 도입이 됐고 앞으로 더 확대가 되기 때문에 공연 문화도 바뀔텐데요. 우선 공연 시간이 앞당겨질수도 있습니다. 사실 평일에 8시 공연을 본다고 하면 거의 10시, 11시에 끝나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들, 또 집이 먼 경우는 부담스러운데요. 52시간이 정착이 돼서 퇴근시간이 빨라지면 좀 이른 시간에 시작하는 공연도 많아지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예상을 합니다.
◇ 임미현 > 그럼 실제로 좀 일찍 시작하는 공연도 있나요?
◆ 조은정 > 아직까지는 눈에 보이는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회성으로 혼공족들에게 티켓을 할인해준다던지, 기념품을 준다던지, 끝나고 배우 사인회를 한다던지 하는 이벤트는 종종 있는데요. 시간대를 옮긴다던지 혼공족, 평공족에 맞춘 공연 트렌드 변화가 있다든지 하는 근본적인 문화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 임미현 > 왜 그렇다고 보세요?
◆ 조은정 > 아마도 52시간제가 어정쩡한 상태이기 때문일텐데요. 이 제도가 큰 기업들에는 적용이 되고 있는데 적용이 안되거나 유예기간이 있는 곳도 많잖아요. 그래서인지 공연계에서도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예술의전당에서도 평일 공연을 올릴 때 시간을 30분 정도 당겨서 7시 30분에 하자, 기존대로 8시에 하자, 아니면 그 중간으로 7시 45분에 하자라는 토론이 있었다고 합니다. 논의 끝에 결국 8시로 유지하기로 했다는 후문입니다.
과거사례를 좀 보면요. 1989년에 처음으로 토요일 반일제가 도입이 돼서 토요일 저녁 공연이 늘고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요. 또 2004년, 2005년 주5일제가 정착이 되면서 영화 관람객이 2배로 늘고 소극장 관객들도 크게 늘었다고 하거든요. 토요일 반일제, 주 5일제 그 당시에는 '이래도 되나' 하는 심리적 저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됐잖아요. 52시간 제도 제대로 정착이 되면 공연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겁니다. 그러면 또 다른 일자리 창출, 내수 활성화로 선순환 될 수 있구요.
◇ 임미현 > 제도가 잘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바뀌는 부분도 있겠네요. 그럼 공연계 스스로는 어떤 노력을 해야될까요?
◆ 조은정 > 네 공연계도 혼공족들에 대한 연구와 변화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리 배치나 공연 전후 상황도 세심하게 배려하면 좋을 것 같구요. 독일에서는 연극을 본 뒤에 관람객과 연출가들이 주제나 기법에 대해서 토론을 한다든지 하는 깊이있는 공연문화도 발달했다고 합니다. 혼공족들이 뭐가 불편한지, 또 뭐가 필요한지를 파악해서 정책에 반영하고, 보다 깊이있는 관람이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네 지금까지 문화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