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라뇨? 싫어요. 그런 이상한 애 되는 거."
"피해자가 왜 이상한 애야? 이상한 건 이런 걸 찍고 올린 사람이지."
"잘못은 그 사람이 했을지 몰라도 이상하게 소문나는 건 저예요. 그런 거 신고해봤자 피해자만 더 또라이 되는 거 모르셨어요? 사진만 더 돌고?" _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16회 중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현수아 역을 맡은 조우리의 각오는 분명했다. 작품에 폐 끼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연기로는 논란이 일지 않도록 잘 해내서 원작 팬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우리는 첫 주연작에서 그 목표를 이뤘다.
작품 안에서 역할이 커지면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데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하게 됐다는 조우리는, 그만큼 책임감이 생기게 됐다며 웃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플레이스 1에서 배우 조우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불법촬영(몰카) 피해자가 되고도 '이상한 애 되고 싶지 않다'며 연우영(곽동연 분)의 도움을 뿌리치는 장면을 꼽았다.
워낙 현실적이어서 공감이 많이 갔다는 그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해자보다 피해자에 더 관심이 쏠리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노컷 인터뷰 ① 조우리 "현수아 이해 안 돼… 상처 주는 것 싫어한다")
일문일답 이어서.
▶ 다른 때와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자기 의견을 많이 말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변화의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극중에서) 제 서사가 커져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감독님도 많이 물어봐 주셨다. 예전엔 주어진 대본 보고 현장에서 감독님 말을 듣고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해?', '이게 맞는 것 같아?' 물어보시면 '저는 이렇게 생각해서 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면 '아, 그게 맞다!' 해 주셨다. (웃음) 그만큼 책임감이 생겼다.
▶ 자기 의견을 더 말하면서 혹시 달라진 면이 있나.
뭔가 감정에 더 충실했던 촬영인 것 같다. 소통을 많이 하다 보니까. 미래의 감정, 수아의 감정 등 말할 때 그 감정을 많이 나누면서 촬영했다.
우영 선배(곽동연 분)랑 수아랑 나중에 거의 처음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불법 촬영한 걸 보고) 경찰에 신고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수아가 '이상한 애 되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지 않나. 이걸 보면서 왜 정말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진짜 생각해 보면 그렇다. 뭔가 보면 피해자가 항상 중심이 된다고 해야 하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더 주목을 받지 않나. 저희가 무슨 뉴스에서 소식을 접할 때 어떤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다고 하지, 가해자는 다 기억하지 못한다. 옛날에도 어떤 일이 있을 때 (피해자인) 아동 이름만 오래 남았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느낌은 어떨까. 그 아픔과 상처는. 왜 피해자가 숨어야 하나. 안타까웠다. 그런 게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
전에 이런 댓글도 봤다. 어떤 사건인지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똥파리가 괜히 끼나' 하는 댓글이었다. 저는 피해자가 아닌데도 상처가 되더라. 알려지면 타격이 있으니까 (피해자들이 앞에 나서지 않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마음이 아프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도.
▶ 성형과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사회 문제를 짚는 드라마였다.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작품 하면서 더 생각을 많이 했다. 너무 보이는 삶에 치우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요새 SNS도 그렇고 남들에게 보이는 게 우선시되는 것 같다. 자기 삶을 행복하게 즐기는 게 진정한 행복인데,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고 싶은 것'이 먼저가 된 것 같다. 미래 대사 중에 '우리가 왜 이래야 하나' 하는 게 있는데 거기에도 많이 공감하면서 연기했다. 진짜 내면과 자존감이 제일 중요하구나, 자존감 높이는 게 최고고, 나도 나 자신을 사랑해주고 믿고 살아야겠다 싶었다. 저도 좀 반성한 것 같다. 많은 분이 저희 드라마를 보고 이런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은 실시간 이뤄지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위치다.
일단 연기로써 평가를 받는 건 너무너무 좋다. 외모로 평가받는 건 진짜 힘든 것 같다. 그렇다고 얼굴을 바꿀 순 없지 않나. 그러니까 정말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웃음) 예뻐야 하는 캐릭터가 아니고, 그냥 그 자체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 외모로 평가받지 않는 캐릭터.
고등학교 때 미술을 하다가 연극, 뮤지컬 보고 진로를 바꿨다. 연극을 보면서 연기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게 현장감 때문이었다. 무대에서 연기한 적은 없지만, 관객으로 거기 앉아있을 때 그 열기와 배우들이 가진 에너지가 바로바로 전달됐다. 눈앞에서 느껴지니 그게 진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연기 배울 때 연극 연출하시는 분에게 배웠다. 그러다 진짜 생각지도 못한 우연으로 일을 시작했다. 뭔가 연이 닿았다고 할까. 회사 들어가고 나서 방송 쪽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권해주셨고, 하다 보니까 재미있고 매력이 다르더라. 점점 욕심이 생겼다.
▶ 처음에 보고 반하게 된 연극이 뭔가.
'돌아오지 않는 햄릿'이다.
▶ 무대 연기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
언제든 있다. 기회가 닿으면 하고 싶다. 정말 많이 도움 될 것 같고, 거기서 얻는 게 있을 것 같다. (곽)동연이가 공연도 했더라. 부러웠다. 뮤지컬은 노래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성량이 되는지도 모르겠어서.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니까 당연히 노력은 해 볼 것이다.
▶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데,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역할이 있나.
나탈리 포트만을 좋아해서 '클로저'에서의 역할 같은 것도 하고 싶고, 제가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같은 현실적인 멜로? 뭐든 솔직히 재밌다. 저는 그렇게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이런저런 장르와 캐릭터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하고 싶다.
촬영 중엔 많은 걸 못 하니까 넷플릭스를 많이 본다. 평소에는 집에서 드라마를 몰아서 많이 보는 편이다. 장르를 따지진 않는다. 미드도 좋아한다. 재미있으면 보는 편이다.
▶ 2018년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최대한 빨리 찾아뵙고 싶은 생각이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뭐를 배운다든지, 마음의 양식을 쌓고 싶다. 여행을 가서 힐링한다든가. 뭔가 시야를 넓히거나 배울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