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외국인 타자 스캇 반 슬라이크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미 파레디스에 이은 두 번째 외인 타자 방출이다.
반 슬라이크는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12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2푼8리 1홈런 4타점에 머물렀다. 파레디스도 21경기 타율 1할3푼8리 1홈런 4타점에 그쳐 퇴출됐다.
그래도 두산 타선은 강력하다. 올 시즌 1위를 달리는 팀 타율 3할8리는 역대 최고를 찍을 전망이다. 팀 홈런도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173개로 3위를 달린다. 팀 득점도 평균 6.47로 2위 KIA의 6.10을 앞선 1위다.
두산이 외인 타자 없이 가을야구를 준비하는 이유다. 홈런(42개)과 타점(121개), 안타(166개) 1위 김재환이 용병보다 나은 파워를 보이는 데다 23홈런 96타점의 최주환, 149타점을 합작 중인 오재원, 허경민과 23홈런의 오재일, 21홈런의 양의지 등이 건재하다.
외인 타자 없이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룬 팀은 더러 있다. 그러나 외국인 야수 제도가 부활한 2014년 이후에는 없다. 만약 두산이 KS 정상에 오른다면 외인 타자 부활 이후 첫 사례가 된다.
뭐니뭐니 해도 2001년 두산 '흑곰' 우즈의 임팩트가 가장 강렬했다. 우즈는 삼성과 KS 6경기에서 타율 3할9푼1리 4홈런 8타점 9득점으로 MVP에 올랐다. 출루율이 4할8푼3리, 장타율이 무려 9할5푼7리에 이르렀다. 둘을 합한 OPS는 1.440이었다.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이 버틴 삼성 최강 타선이 우즈가 버틴 두산에 무너진 이유였다.
물론 KS에서 부진했던 외인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규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1999년 한화 데이비스와 로마이어 콤비는 비록 KS에서는 1할대 타율이었지만 정규리그에서 독수리 군단의 비상을 이끌었다. 데이비스는 30홈런 35도루 106타점 93득점, 로마이어는 45홈런 109타점 91득점을 기록했다. 2002년 브리또(삼성)도 KS에서 아쉬웠지만 견고한 수비를 보였고 정규리그에서는 25홈런 90타점을 올렸다.
2004년 브룸바 이후 KS에서 외인 타자들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각 구단들이 타자보다는 투수로 외인 쿼터를 채우는 경향이 짙어졌다. 2005, 06년 삼성이 외인 타자 없이 KS 우승을 이루면서 용병 투수가 대세를 이뤘다.
그러다 2014년 외인 타자가 부활했다. KBO가 외인 쿼터를 3명으로 늘리면서 야수 1명을 의무화했다. 그해 삼성 나바로는 KS 6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4홈런 10타점으로 MVP에 오르며 외인 거포의 존재감을 뽐냈다. 지난해 버나디나(KIA)도 KS 5경기에서 타율 5할2푼6리 1홈런 7타점으로 우승을 견인했다.
2015, 2016년 KS를 제패한 두산은 외인 활약에서 반타작이었다. 2015년 로메로는 4경기 10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래도 두산은 당시 KS 상대인 삼성에 주축 투수 3인방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현 KIA)이 해외 도박 혐의로 빠져 우승할 수 있었다. 2016년 에반스는 4경기 타율 4할3푼8리 1타점 1득점으로 그나마 괜찮았다.
이런 가운데 두산은 2년 만의 정상 도전에서 외인 타자를 뺐다. KS 파트너로 유력한 SK와 한화는 각각 제이미 로맥, 재러드 호잉이라는 거포 외인을 보유했다. 두산이 외인 타자 부활 이후 용병 거포 없이 우승하는 첫 구단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