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내부 물갈이를 '혁신 동력'으로 삼는 한국당발(發) 야권 정계개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범(凡) 보수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내부서도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류가 읽힌다.
◇ 초재선 14명 "당협위원장 자진사퇴"…김병준 "당협위원장 1년 임기제 지킬 것"
지역 조직을 관리하는 당협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대부분 현역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 위원장들의 임기만료 시기가) 11월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전에 당협위원장들이 결의를 보여주면 고마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인위적 청산보다는 당협위원장들이 스스로 직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혁신 의지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의 발언은 앞서 한국당 초·재선 의원 14명이 공동 선언문을 통해 당협위원장직을 스스로 내려놓겠다고 밝힌 데 따른 반응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패배에 반성하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새 출발을 위해 자기희생을 담은 전면적 쇄신을 촉구한다"며 "선당 후사 정신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 김용태 "내년 2월 전당대회, 보수대통합 전대 돼야"
김 위원장 행보에 맞춰 당 혁신 실무를 주도하고 있는 김용태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도부 선출을 위한) 내년 2월 전당대회는 한국당 전대라기보다 보수대통합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그게 비대위 활동의 마지막 목표"라며 "지금 거론된 분들 외에도 동의한다면 안철수·유승민·손학규 대표 등 모든 주자가 나와서 보수 대회전을 치르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등 범보수 세력의 대통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전 공동대표 등 옛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그간 한국당이 '개혁 보수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압박해왔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당무감사를 통한 혁신이 보수대통합과 연계된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인적쇄신을 동력 삼은 '범보수 통합' 플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親박근혜·홍준표계, '부글부글'…바른미래당 내부도 '예의주시'
초재선 의원 14명의 당협위원장 자진사퇴 선언에 한국당 내 친박·친홍계 의원들 사이에선 경계기류가 읽힌다. 이번 선언엔 비대위의 '입김'이 들어갔으며, 자신들의 자진사퇴를 우회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비대위와 선언 당사자들은 모두 사전교감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친박계가 다수라고 평가받는 '통합과 전진' 모임은 13일 오전과 오후에 모였다. 오전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자진사퇴 시점도) 적절치 않고, 순수성도 의심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해서 대체적으론 동참하지 않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오후엔 김병준 위원장과 만찬을 겸해서 비공개로 만났는데, 한 참석자는 "선거패배 직후도 아니고, 난데없이 이제와서 자진사퇴를 한다고 국민들이 감동하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두 사람은 (자진사퇴)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지켜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확산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복잡한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한편 바른미래당 내 구(舊)바른정당 출신 일부 인사들 사이에선 구 국민의당 인사들에 대한 불만과 맞물려 '인적쇄신 후 통합 시나리오'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나온다.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은 "최근에 판문점선언 비준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렇고, 계속 당의 입장이 범야권이 아닌 범여권 쪽으로 가잖느냐. 이런 문제를 보면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겠냐는 걱정은 있다"며 "(한국당과의) 통합전대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