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스마트공장, 산업 현장은 '부글부글'

스마트 공장 (사진=스마트공장추진단)
정부가 추진중인 스마트공장 2만개 확충사업이 하드웨어 설비 보다는 기초단계나 소프트웨어 지원에 편중돼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스마트공장 지원 '선택과 집중' 해야"

공장에서 데이터를 입력하면 불량 없이 일사천리로 제품 생산이 이뤄지고 기계부품의 교체시기 등도 자동으로 알 수 있는 선행관리가 가능하면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물품의 설계·개발, 제조, 유통·물류 등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공장이 최근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공장 보급은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유도하는 문재인 정부의 선도사업이다.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2만개 보급·확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스마트공장 구축을 원하는 기업에 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예산을 지원한다. 현재 대상기업 선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지원 50%, 기업부담 50% 등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 냉소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구축지원 예산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직원 수 480여명의 A기업은 스마트공장 도입에 200억원, 130여명이 있는 B기업은 100억원 정도 구축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A기업의 대표는 “스마트공장 하나 설계할 때 수백억원이 들어간다”며 “5천만원은 소프트웨어 하나도 갖추지 못하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축 지원예산을 기업 다수 기업에 쪼개주느니 일부 업체에 몰아줘서 제대로 된 스마트공장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50억원을 5천만원으로 나눠 100개 업체에 나눠주면 그 자금은 없어지는 돈이 될 수 있으니 차라리 한 업체에 지원해 스마트공장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B기업의 대표도 “정부가 건수를 생각하지 말고 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회사를 키워서 샘플로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모범사례를 제공해 스마트공장의 효과를 체감케 하고 이를 토대로 점차 확산시켜 나가는 선행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들의 자금력이 여유롭지 않은데다 정부지원 예산마저 턱없이 적다보니 스마트공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낮은 수준의 디지털화에 치우치고 있다.

지원대상을 넓히는 데만 매달릴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예산이 일부 기업에게만 집중되면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을 그렇게 펼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대부분 디지털화 및 제품 생산이력 관리 수준”

앞서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을 통해 2014년~2017년까지 4년 동안 5천3개의 업체가 지원을 받았다. 정부지원이 3천495개, 대기업 출연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이 1천508개다.

지금까지 스마트공장 구축은 대부분 생산정보 디지털화 및 제품 생산이력을 관리하는 수준의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최근 4년간 스마트공장 지원과 관련해 76.4%가 기초 수준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생산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하는 ‘중간1’ 단계는 21.5%, 시스템을 통해 생산공정을 제어하는 ‘중간2’ 단계의 구축비중은 2.1%에 불과했다. 고도화 수준은 아예 없다.

올해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기초적인 신규 구축 지원을 받는 업체가 1천810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고도화는 390개 업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김광희 수석연구원은 “스마트 제조의 완성형은 하드웨어설비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고도화’ 단계지만 정부지원 사업은 지원 단가가 저렴한 ‘기초’단계(ERP, 물류관리 등 자동화 소프트웨어 도입)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분석결과 국내 스마트공장 공급기업의 요소기술 및 센서 등 하드웨어 기술은 선진국 대비 20~40%의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생산관리시스템, 공급망관리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상대적으로 우수하지만 제품설계개발 등 제품수명주기관리, 센서, 로봇 등 하드웨어 기술 경쟁력은 낮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중소 수요기업의 스마트공장 운영인력이 부족하고 공급기업의 개발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전문인력 양성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연구원은 말하고 있다.

또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려는 수요기업은 어떤 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할지 방법을 모르겠다는 불안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아직 국제표준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의 투자가 향후 확장성이 없을 경우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업들이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공급기업은 수요기업이 명확히 무엇을 요구하는 지 수요기업의 스마트공장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스마트공장추진단)
◇ 내년 3천개 업체 지원, 2천661억원 예산 투입

스마트공장 2만개 보급·확산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들어있다. 앞으로 ICT 융합스마트공장보급확산사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스마트공장 설립을 원하는 2천200개 업체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구축에는 5천만원, 고도화 대상 업체에는 1억원까지 예산이 지원된다.

올해 예산은 1천330억원이 책정돼 있다. 내년에는 3천개 업체를 대상으로 2천661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마트공장 구축을 희망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현재 1천600개 업체가 신청서를 냈다.

아울러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벤처기업부, 삼성전자㈜와 손잡고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이번 사업은 올해 중기부와 삼성전자가 각각 100억원을 지원해 500개 기업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향후 5년간 총 1천억원 규모로 2천500개 스마트공장 구축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비율이 기존 50%에서 60%로 늘어남에 따라 참여 중소기업의 부담이 상당 부분 줄었다는 것이 중앙회의 설명이다.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지원사업에서 중소기업은 기반구축형, 기초수준 이상, 중간1 수준 이상 등 수준에 따라 예산 소진시까지 2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 모든 수준의 스마트공장 구축참여기업에는 150명 규모 현직 삼성전자 제조현장혁신활동 멘토단이 투입돼 도움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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