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김동연, 최저임금 인상 놓고 미묘한 시각差

8월 고용지표 위태·정책요인 인구·경기적 요인 놓고도 온도차
靑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로 사과로 이미 속도조절"
김동연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근로시간 단축 문제 봐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오른쪽)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당청과 협의하겠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미 속도조절에 들어갔다고 밝히면서 미묘한 시각차를 노출했다.

김 부총리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이미 속도조절을 말했고, 대통령이 본인의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안다"며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대해서는 이미 내년 최저임금안이 결정되면서 (기자) 여러분이 다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로 상승한 8350원으로 결정하자, 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한 것을 소개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자릿수로 인상됐지만 지난해 인상률보다는 낮은 수치여서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는 속도조절을 택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대통령 사과까지 상기시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이미 반영됐다고 방점을 찍은 셈이다.

하지만 정작 김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단기간 내 고용이 좋아질 것 같은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단위기간 조정 문제를 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결정된 것이니 불가역적이지만 그 이후의 방향에 대해 시장과 기업의 애로를 더 귀담아듣고 조정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를 봐야 하고 관계부처, 당, 청와대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향후 최저임금 결정제도 자체를 개선해 시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미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는 청와대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만 "소득주도성장의 각론에 대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며 "김 부총리께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갖고 얘기하겠다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충분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8월 고용지표 부진 배경을 놓고는 김 부총리는 "구조적·경기적인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정책적인 영향이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최저임금"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판매 종사자, 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 취업자는 작년 8월보다 28만 4천 명 감소했다.

음식점 종업원이나 각종 소매점 계산원, 제조업 현장의 기계·장치 조작원, 대리 주차원, 하역·적재 등 단순 노무자, 청소원 등이 이들 직업군에 속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구조적 변수와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 등 경기적 요인 말고도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정책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 등) 정책의 요인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부분들의 예측 불확실성은 분명히 있다"며 "어떤 요인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구조적 요인이나 경기적 요인이나 다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있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 원인 일부를 정책적 영향과 최저임금으로 꼽은 김 부총리의 언급과 여전한 온도차를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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