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우려가 현실로…출소 6일만에 '칼부림' ② 주취폭력의 시작…어린시절 트라우마 (계속) |
그는 수년 전 술을 먹고 상대를 흉기로 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A씨는 과거에도 주취폭력으로 전과가 있었다.
상담결과 A씨는 어린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뒤 돌봄없이 성장하며, 주위로부터 학대와 무시를 당했던 트라우마가 발견됐다.
단란한 가정의 가장 B(47)씨. 하지만 B씨가 술에 취한 날이면 온 집안에 비상이 걸린다. 만취 상태에서 부인과 자녀를 무차별 폭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이 깬 다음날 부인과 자녀에게 사과를 했고, 주취폭력과 사과가 일상이 됐다.
주취 가정폭력을 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B씨에게는 당시의 불안감이 트라우마가 됐고, 시간이 흘러 가장이 된 이후 술만 먹으면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씨와 B씨처럼 어린시절 가정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서 주취폭력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153심리상담센터 이정윤 센터장은 "불합리한 학대와 방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가 성인이 된 후에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과거에 느꼈던 감정과 유사한 상황이 되면 분노가 폭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분노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주위에 모든 물건은 상대방을 해하기 위한 도구가 돼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부상을 입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주폭자 상당수가 일정한 직업이 없고 경제적으로 안정이 안 된 경우가 많다"면서 "주취폭력이 반복되며 구속 등으로 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그만큼 사회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의혹도 없고, 술에 더욱 의존하다보니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술을 마시면 용기가 생기고 평소에 쌓인 분노를 폭력으로 쏟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취폭력을 하며 후련한 느낌을 받는 심리도 주폭을 불어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의 한 심리전문가는 "평소에는 타인이 욕을 해도 참다가도 술을 먹으면 평소에 참았던 것을 쏟아내는 경우도 있다"며 "참았던 것을 한꺼번에 터트리다 보니 더욱 격해지고 분노조절 장애와도 연관된다"고 말했다.
이어 "술과 분노조절장애, 트라우마가 더해지면서 언제 무슨일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상태가 된다"고 덧붙였다.
과거 상처와 피해의식 때문에 술을 먹고, 행해지는 주취폭력. 잠시 후련함을 느낄수 있겠지만, 자신과 주의사람들은 삶은 나날이 황폐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