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종로구청에서 열린 '우리 옷 제대로 입기 토론회'에서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우리 전통을 지키자고 한 건데, 전혀 전통이 아닌 것에 계속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만 음식 할인 혜택을 줄 방법을 강구하고, 궁궐 품격에 맞는 고궁 무료입장 가이드라인 개정도 문화재청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했다.
현재 가이드라인엔 "전통한복과 생활한복은 무료입장 대상이 된다"고 돼있다.
권미루 한복문화활동가는 "다양성도 존중해야 하지만 지금은 코스튬 플레이에 가깝다"며 "최소한의 선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전통문화대학 김정숙 교수는 개량한복의 디자인 중 허리 뒤 리본과 큰 속치마를 문제 삼으며 전통 한복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 교수는 "저고리와 고름, 치마 끈을 올바르게 묶을 수 있는 방법 배우고 우리 속옷을 갖춰 입는 걸 알려야 한다"며 "전통이 없어지는 덴 매우 짧은 시간이 걸리지만, 되살리는 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 90%가 변형된 디자인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개량 한복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SNS에 올릴 수 있어서", "전통을 따지기보다 예쁘니까 좋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한복대여점을 직접 운영하는 황선정 대표는 "우리 고유 옷이니까 전통한복을 꼭 입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외국인들은 경복궁에 가기 위해 한복 입는 게 아니라 한복을 입기 위해 경복궁에 가서 사진 찍는다"고 했다.
고궁 무료 입궁 혜택을 없앤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개량 한복 대신 전통 한복을 빌리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사)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 박창숙 회장은 "전통 한복과 개량 한복을 이원화해야 한다"며 "개량 한복은 궁에 예의를 갖추러 갈 때 입는 게 아니라 놀이문화 옷 정도로 규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온 안나(23)와 이사벨라(22)씨는 "전통한복과 개량한복 다 입어봤지만, 개량한복이 더 화려하고 특별해 보인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패션과 의복은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경복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상해 출신 릴리(24)씨는 "나 같은 젊은 세대는 더 예쁜 게 더 패셔너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만 출신인 쥬쥬(22)씨는 "개량한복이 전통한복인줄 알았다"면서도 "개량한복이 더 어려보이고 화려해서 좋다"고 답했다.
종로구청 측은 올해 안으로 의견을 조율해 문화재청에 개정 건의를 끝마치겠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은 문화재청이 법안을 발의한 뒤 심의회를 거치면 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