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1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對美) 유화 메시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확대됨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조기 방북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기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사이에 방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김일기 책임연구위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방북하기는 어렵다”며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의견이 개진되는 것을 보고 방북 시기를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전략연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이기동 부원장은 “현재 국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데 협상 국면이 깨지는 것은 두 정상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적인 제약을 안고 있다”며 “두 정상 간에는 정상회담에 대한 애착과 필요성이 있는 만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부원장은 “특히 (방한 중인)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하부단위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 인물”이라며 “이런 상황들을 종합할 때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은 “1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의 개입을 털어냈고, 이번에도 국내 정치나 주변국들의 보이지 않는 개입 때문에 북미 간에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폼페이오 방북 취소로 해결한 것 같다”며 “다시한번 (어려움을)털어내고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분위기로 본다”고 덧붙였다.
임수호 연구위원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에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9월 한미정상회담 이후부터 미국의 중간선거 사이에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략연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초기 로드맵’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기동 부원장은 “최근 ‘핵 신고 약속’과 ‘종전선언’, ‘핵 신고 이행’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북미 상호간의 의심이 일정한 타협을 이룬 로드맵이라고 본다”며 “북미정상회담에서 이같은 초기 로드맵에 합의하면 앞으로의 비핵화 협상은 생각보다 진전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수호 연구위원은 “1차 센토사 회담 때는 프론트 로딩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했는데 2차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까지 북한 핵 능력의 상당 부분을 덜어내는 ‘비핵화의 불가역성’에 도달하기로 하면 그에 따른 보상, 즉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 제재 완화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전략연은 당분간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북은 어렵지만 4차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전략연은 “미국의 중국 책임론 공세 속에서 비핵화 진전 없는 시진핑의 조기 방북은 부담이지만 최근 북중관계의 긴밀화 추세를 고려할 때 조기 정상회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과 폼페이오 방북 결과를 주시한 후 북중 정상회담 일정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4차 북중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기동 부원장은 “현재 미중 관계를 보면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한발 물러서는 등 미국은 강세, 중국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금 추세로 보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하기는 부담이 많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임수호 연구위원도 “시진핑 주석이 북한에 대해 줄 수 있는 체제보장 약속이 구체적으로 없는 상황이면 시점이 더 뒤로 물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