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도 안 돼 거절당한 靑 '평양 동행요청'…뿔난 野

한국·바른미래 "비핵화 가시적 성과 없어" 거부입장 밝혔음에도…
임종석 "큰 힘이 될 것" 재차 요청
2野 "격식 갖췄지만 속내는 '평화 비협조' 굴레 씌우기" 비판
결국 凡진보 '반쪽 동행'되나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들. 좌측부터 정의당 이정미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희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3차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동행할 것을 정식 요청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를 거절했다. 국회의장단도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당에선 이미 '안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요청을 했다는 점을 두고 "야당 압박용이다", "보여주기식이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동시에 떠안게 됐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10일 오전 일찍이 '정상회담 동행 불가' 방침을 밝혔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당 대표들이 함께 가봤자 '들러리 역할밖에 할 게 없다'는 논리였다. 손 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동행 요청을 받았다면서 "남북 외교에서 우리는 체통을 지켜야 한다"고까지 얘기했다.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식 동행 요청은 이 같은 입장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 임 실장은 "이번 초청에 응해주신다면 국회정당 특별대표단이 의미있는 별도의 일정을 가지실 수 있도록 북측과 성의있게 논의하겠다"며 "이럴 때 국회에서 이 흐름에 함께 해주신다면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노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정중한 요청에 좋은 답을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통상적인 특별수행원이 아닌 특별대표단 자격을 언급하며 격식을 갖추는 한편,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야당도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다.

'안 간다'고 밝혔음에도 재차 '가자'는 청와대를 놓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다시 한 번 동행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청와대로선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거절당한 셈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다시 얘기하지만 실질적 비핵화가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우리도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했고,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에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임 실장의 메시지를 두고도 겉으론 격식을 갖췄지만, 함의(含意)는 '야당 압박용 동행 밀어붙이기'라는 날선 비판도 내부에서 나왔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청와대로선 우리는 최선의 성의는 다 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청와대의 발표는) 결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나아가 "야당이 비협조한다는 굴레를 씌우는 것에 불과하다"며 "원내대표를 초청했다가 안 되니, 당 대표를 초청하는 것이야 말로 보여주기에 대한 집착"이라고 했다.

이후 국회의장단도 입장문을 통해 "문희상 의장은 부의장단과 외교통일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협의한 결과 금번 정상회담에는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 같은 협의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문 의장이 임 실장이 동행 요청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것까진 몰랐던 것 아니냐. 그랬다면 문 의장으로선 기분나쁜 일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문 의장 측은 "미리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들은 나머지 두 야당 대표가 함께하지 않더라도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하겠다는 입장으로 파악돼 범진보 진영만 참여하는 '반쪽 동행'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11일 청와대가 국회로 제출할 예정인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과정에도 여야 간 갈등구도가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따라붙는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를 강조하는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들은 앞선 회동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본 뒤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를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