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진술 거부를 "수긍할 수 없다"며 그의 태도를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속행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가 지난달 21일 재판에서 "진술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검찰은 "우리도 법률상으로 물을 권한이 있다"며 신문을 강행했다.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소유관계부터 질문에 나섰다.
검찰은 "이상은이 주도해서 다스를 설립했다는 주장이 맞느냐", "이상은 명의로 돼 있던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논현동 사저비로 확인된 돈은 피고인이 이상은에게서 빌린 돈이냐"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증인석에 앉은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질문에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경력을 묻는 말에도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가끔 잔기침하거나 물을 따라 마실 뿐이었다.
재판장은 이 전 대통령이 계속 진술을 거부하자 검찰에 "진술 거부 의사가 명확한 것 같은데 여기까지만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고 중재했다.
검찰은 그러나 "피고인이 법정에서 3∼4번 직접 손들고 말을 하다 이제 와 전면적으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수긍이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인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본인 진술과 배치되는 수백 명의 진술이 다 허위라고 주장하는 사건"이라며 "피고인이 답변하지 않는 태도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에 신문을 그대로 진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장의 양해에 따라 검찰은 50분가량 공소사실별 핵심 질문을 이어갔지만 이 전 대통령은 끝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수사 단계에서도 구속된 이후의 모든 '옥중 조사'를 거부했다. "검찰이 똑같은 질문을 할 거면 조사받지 않겠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신문을 끝으로 이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모든 심리를 마쳤다.
재판부는 오는 6일 오후 2시 결심 공판을 열어 검찰의 구형 의견과 변호인의 최종 변론, 이 전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이 16개인 데다 적용 혐의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본 형량이 무거워 중형이 구형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상 뇌물수수액이 5억원 이상이면 감경이나 가중 요소가 없더라도 징역 9∼12년, 가중 요소가 있으면 징역 11년 이상∼무기징역까지도 권고된다.
횡령죄는 액수가 300억원 이상이면 기본 징역 5∼8년, 가중 요소가 있으면 징역 7∼11년의 형량이 권고된다. 이 전 대통령의 횡령액은 350억원 상당에 달한다.
여기에 전직 대통령의 신분인 점,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등까지 고려하면 최소 징역 20년 이상이 구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